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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권재희 교수가 빚어낸 ‘라디오 클래식 ON-AIR 93.10MHz’

무대 위에서 함께 꿈꾸는 성장의 예술

오는 5월 16일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에서 열리는 ‘라디오 클래식 ON-AIR 93.10MHz’경북대학교 음악학과(성악 전공) 권재희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한 무대다. 단순한 발표회를 넘어, 예비 예술인들이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자기 삶과 존재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관계의 공연’에 가깝다.

 


권재희 교수는 학생들과 꾸준한 소통 속에서 오늘날 음악 전공 학생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깊이 체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이라는 한 길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하지만, 정작 ‘나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어떤 예술가로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충분히 고민할 기회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직업적 고민 또한 대부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 역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권 교수는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공동체 속 성장’에서 찾는다.

“대학은 단순히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경험을 쌓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는 오늘날 대학이 주어진 커리큘럼과 학점을 빠르게 이수해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공연과 다양한 경험은 오히려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비효율적 활동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음악가와 예술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통찰해야 하는 동시에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무대 경험 속에서 동료와 관객을 만나고,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은 예술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성장의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철학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온 스테이지(On Stage)’다. 권 교수는 교수의 이름을 딴 제자들의 단발성 발표회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과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함을 느끼고, ‘무대 위에서 함께 꿈꾸자’라는 마음으로 ‘온 스테이지’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다.

 

온 스테이지는 이제 하나의 살아 있는 예술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매달 열리는 ‘온스테이지 사지오(Saggio)-이탈리아어 발표회’를 비롯해 연기와 자유로운 무대 경험을 할 수 있는 ‘온스테이지 뮤직드라마’, 방학중에도 무대 연기연습과 레슨을 병행하는 ‘온스테이지 세미나’,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는 ‘온스테이지 어버이 음악회’, 봉사음악회 ‘온유(On you) 클래식’, 해외 마스터클래스 콘서트, 정기연주회, 오페라 컴퍼니까지 학생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경험하며 무대 위에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라디오 형식을 차용한 독창적 콘셉트로 눈길을 끈다. 공연 제목처럼 무대는 하나의 라디오 채널이 된다. 누군가의 기억과 사랑, 오래 간직한 사연들이 AI 기술과 결합된 이야기 형식으로 흐르고, 그 감정의 결은 예비 예술인들의 노래로 이어진다. 클래식이 더 이상 먼 예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들려주는 목소리로 관객 곁에 다가오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공연 제작의 거의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맡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획과 연출, 홍보, 진행, 기술, 소품까지 역할을 나누며 학생들은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하나의 종합 예술 프로젝트를 경험한다. 권 교수는 '연주 외의 영역도 경험하며 다양한 진로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순간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새로운 시도를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공연을 준비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시간을 내야 하고, 관계 속에서 배려해야 하며 갈등도 겪습니다. 하지만 공연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학생들이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저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권 교수가 학생들의 ‘완성’을 기다리기보다 성장의 과정을 함께 견디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와 갈등, 미숙함마저 교육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경쟁과 효율 중심의 오늘날 예술 교육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권 교수는 대구 클래식의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는 ‘대구는 많은 클래식 극장과 대학들, 그리고 수준 높은 관객이 공존하는 전국 최고 수준의 클래식 인프라를 가진 도시’라고 평가하면서도,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예비 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관과 극장은 예비 예술인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연주자들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며, 관객 또한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언자로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를 수천 번 반복해 들으며 클래식의 매력에 빠졌던 소년은 이제 제자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꿈꾸는 교육자가 되었다. 쥘 마스네 오페라 <르 시드(Le Cid)>의 아리아 ‘O souverain, ô juge, ô père’를 특히 좋아하는 권재희 교수는 음악 안에서 삶의 방향을 묻고 답하며 대구 클래식의 내일을 정성스럽게 빚어가고 있었다.

 

‘라디오 클래식 : ON-AIR 93.10MHz’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라디오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던 매체였다. 이번 공연 역시 화려한 과시보다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마음의 진동을 음악이라는 주파수에 실어 관객에게 건네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사연은 선율이 되고, 선율은 다시 또 다른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흔든다.

 

결국 예술은 정답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을 회복시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권 교수의 교육 역시 정답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연과 관계, 갈등과 협업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발견하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학생들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배우는 동시에 책임을 배우고, 배려를 배우며,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를 조금씩 체득해간다.

 

2026년 5월 16일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이날의 무대는 빠르게 소비되고 효율을 강조되는 시대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인간의 목소리와 감정,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다시 들어보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심 어린 시간들은 결국 관객들에게 조용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우리는 지금, 서로의 삶을 얼마나 진심으로 듣고 있는가.'

 

 

<권재희 교수 약력>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수석 입학 및 졸업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 디플로마

현) 경북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 공 연 명 : 토요음악회 <라디오 클래식 93.10MHz>

▷ 일 시 : 2026. 5. 16.(토) 오후 5시

▷ 장 소 :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 입장연령 : 초등학생 이상 입장가능

▷ 티켓가격 : 전석 1만원

▷ 공연문의 : 053-668-1800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