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옷을 갈아입는 6월, 보령의 밤하늘이 눈부신 클래식 선율로 채워진다. 오는 6월 13일(토) 오후 5시 30분, 보령문화의전당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9회 디사이플스 피아노 앙상블 정기연주회’는 단순히 듣는 음악회를 넘어, 관객들을 깊은 감정의 여정으로 안내하는 특별한 무대다. 이번 연주회는 정통 클래식의 거장들부터 현대 재즈의 거침없는 자유로움까지, 한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두 대의 피아노와 협연자들의 호흡으로 풀어낸다.
공연의 시작은 인간의 깊은 내면을 파고든다. 첫 곡인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1악장’은 천재 작곡가가 마주했던 삶의 불안과 슬픔을 심장박동처럼 쉼 없이 뛰는 리듬으로 그려낸다. 이 서늘한 긴장감은 두 번째 곡인 드뷔시의 ‘달빛’을 만나며 따뜻하게 녹아내린다. 밤공기를 산책하듯 피아노 선율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객석은 은은한 달빛의 위로로 가득 차게 된다.
이어지는 무대는 바이올리니스트 문지혜의 활끝에서 피어나는 깊은 서정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강물을 이루듯 휘몰아치는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레스토’로 청중의 숨을 멎게 한 뒤,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으로 고요한 평온을 선물한다. 화려한 욕망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여주인공의 깨달음이 마치 간절한 기도처럼 울려 퍼지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후반부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뜨거운 생동감과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카미유 슈비야르의 ‘에스파냐 랩소디’는 스페인의 태양 아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마침내 거대한 축제를 완성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점차 확장되는 강렬한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스페인의 한복판, 축제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라흐마니노프의 ‘로망스와 왈츠’에서는 한 대의 피아노에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나란히 앉아 손을 화려하게 교차하는 시각적 묘미를, 브람스의 ‘소나타 Op.34 3악장’에서는 피아노 5중주를 2대의 피아노로 압축해 낸 폭풍 같은 웅장함을 선사한다.
피날레는 플루티스트 강유진과의 호흡, 그리고 현대 음악의 역동성이 장식한다. 시적 선율 속에서 플루트의 빛나는 기교를 뽐내는 포레의 ‘판타지’와 재즈의 자유로움이 매력적인 볼링의 ‘아일랜드의 여인’이 연주된 후, 공연의 대미는 카푸스틴의 ‘심포니에타’가 장식한다.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두드리며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정신없이 넘나드는 이 마지막 무대는 관객들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할 것이다.
아홉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디사이플스 피아노 앙상블의 이번 정기연주회는 클래식이 지닌 고유의 우아함을 지키면서도, 지루할 틈 없는 파격적인 변주를 선보인다. 이번 주말, 건반 위에서 펼쳐지는 정열과 낭만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요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