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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탈리아, 세계를 잇는 문화 예술의 거장, 바리톤 우범식

뼈아픈 실패를 자양분 삼아 피워낸 ‘예술적 진정성’
대진대 콘서바토리 학장 시절의 메일 한 통, 한-이(伊) 글로벌 교육 교류의 신호탄이 되다
청년 우범식에게 건네는 위로, “조금 천천히 가도 방향이 옳다면 괜찮다”

[도입말]

음악은 때로 거창한 이론이나 수려한 말보다 한 줄기 진실한 호흡으로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두드린다. 여기,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오페라 무대의 주역에서 출발해, 이제는 국경과 세대를 넘어 클래식 음악 생태계를 풍성하게 일구어가는 문화 리더가 있다. 바로 바리톤 우범식이다.

 

그는 경희대 음대를 거쳐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하며 일찍이 탁월한 예술적 기량을 증명해 보였다. 수천 회에 달하는 무대 위에서 청중과 뜨겁게 호흡해 온 성악가인 그는, 현재 대한민국 국제합창대회(KICC) 집행위원, 이탈리아 루카 국제음악페스티벌 총감독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문화교류의 교두보를 놓는 기획자이자 교육자로 서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우범식 바리톤의 삶과 음악, 그리고 그가 꿈꾸는 미래의 무대에 귀를 기울여 본다. [편집자 주]


■ 바리톤 우범식

 

○ 학력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졸업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국립 음악원 수석 졸업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 졸업

이탈리아 로마 A.I.D.M 아카데미 최고 연주자과정 최고점 졸업

이탈리아 로마 A.I 아카데미 합창지휘 졸업

 

○ 주요 수상 

Salerno Taranto 국제 성악콩쿨 1등

Leoncavallo 국제 성악콩쿨 특별상

2023 이탈리아 알프래도 카탈라니 기념 사업회 공로상 수상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 진심예술대상 수상

 

○ 주요 무대 및 경력

오페라 리골렛토, 라보엠,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팔리아치, 헨젤과 그레텔, 운명의 힘, 네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호프만의 이야기 주역등 한국과 유럽에서 수천회 콘서트

 

○ 주요 경력

전) 주성대학교 공연예술과 교수

전) 대진대학교 콘서바토리 학장

현) 대한민국 국제합창대회(KICC) 집행위원

현) 제주 세계 청소년 합창대회(WYCF) 심사위원

현) 사) 라벨라오페라단 이사

현) 사) 국제문화공연교류회 이사

현) 이탈리아 루카 잼 아카데미 협력이사

현) 몽골 국제음악페스티벌 총괄 디렉터

현) 이탈리아 루카 국제음악페스티벌(LFOM. LWYCF) 총감독

현) itArte 대표

 

 

1. 바리톤으로서 수많은 오페라 무대와 독창회를 통해 확고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해 오셨습니다.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청중과 호흡하며 지켜온 선생님만의 예술적 원칙이나, 음악가로서 대중에게 반드시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가치는 무엇이었나요?

 

성악을 전공한 이후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오페라 무대와 독창회, 오라토리오, 합창 공연 등 다양한 음악 현장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수많은 작품을 노래해 온 시간은 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음악은 저에게 단순한 직업이나 전문 분야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진실한 언어입니다.

 

특히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는 유럽의 깊은 음악 전통과 예술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음악가로서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단순히 성악적 기량을 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이 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 속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배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귀국 후에는 성악가로서의 연주 활동과 더불어 한국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다양한 음악 교육 및 문화교류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현재는 성악가, 합창 지휘자, 음악 교육자 그리고 국제 음악 페스티벌 기획자로서 활동하며 젊은 음악인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보다 넓은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음악 교육 프로그램과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제가 음악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언어와 국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더라도 음악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음악을 통해 국경을 넘어 문화가 만나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저는 음악을 단순히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예술이며, 때로는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삶의 희망을 일깨워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에 설 때마다 늘 스스로에게 질문해 왔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노래하고 있는가?”

“이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가?”

 

이 질문은 제가 음악가로 살아오면서 한순간도 놓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제가 평생 지켜오고자 했던 예술적 원칙은 바로 ‘진정성’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교와 화려한 음색을 갖추고 있더라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음악은 관객의 마음 깊은 곳까지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진실한 마음과 진정성이 담긴 음악은 언어와 국적, 세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남깁니다.

 

제가 음악을 통해 평생 전달하고자 했던 가치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 그리고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음악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다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가르치며 새로운 문화적 만남의 장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2. 수많은 작품을 거쳐 오시면서 매 무대마다 완벽을 기해 오셨을 텐데, 그중에서도 음악가 우범식의 내면을 가장 풍요롭게 채워주었던, 예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았던 인생의 작품이나 무대를 꼽으신다면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수많은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에 섰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무대마다 저마다의 의미와 배움이 있었고, 작품마다 음악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제가 예술적으로 가장 큰 만족과 감동을 느꼈던 순간은 단순히 노래를 잘했다고 평가받았을 때가 아니라, 음악과 관객, 그리고 무대 위의 모든 요소가 하나가 되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경험했던 몇몇 오페라 무대는 지금도 제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1995년 처음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을 당시, 저는 새로운 환경과 언어, 그리고 오페라의 본고장이라는 무게감 속에서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유학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당시 저를 지도하시던 마에스트로께서 저에게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주인공인 리골레토 역으로 무대에 설 기회를 주셨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한국에서 《라 보엠》, 《나비부인》, 《안중근》 등 여러 오페라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탈리아 관객들 앞에서 이탈리아어로 베르디 오페라의 주역을 맡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작품의 음악적 해석과 표현, 언어적 완성도, 무대 경험 등 모든 면에서 큰 부담을 안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공연은 제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뼈아픈 실패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 무대였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는 오히려 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좌절보다는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열망이 생겼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4개월 후, 저는 로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로 다시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습니다.

 

당시 상대역은 미국 출신 소프라노였기 때문에 언어적으로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음악 안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출연진 모두의 뛰어난 기량과 높은 집중력, 그리고 무대 위에서 이루어진 음악적 교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무대는 저에게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준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또 하나 특별하게 기억되는 작품은 2022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누오바오페라단과 함께 공연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입니다. 이 작품은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의 사랑과 질투, 명예와 복수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대표적인 베리즈모 오페라입니다.

 

당시 저는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을 최대한 진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의 집중과 호흡이 무대와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음악을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이 객석까지 전달되는 순간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관객과 예술가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완벽한 성공을 안겨준 무대만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성장하게 해준 무대, 그리고 관객과 깊은 감동을 나눌 수 있었던 무대들입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3. 최근 성악가로서의 무대뿐만 아니라 합창 지휘, 그리고 루카의 ”신포니아 음악학교”와 “잼 아카데미” 비롯한 이태리 관련 음악 사업까지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계십니다. 이처럼 활동 외연을 확장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원동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사업이나 문화교류 활동을 계획했던 것은 아닙니다.

대진대학교 콘서바토리 학장으로 재직시절 학생들에게 보다 더 넒은 음악적 세계를 알려주고 싶어서 이탈리아 5개 도시의 음악원 및 음악학교에 음악교류 제안 메일을 보냈고 루카에서 가장 먼저 답이 와서 즉시 MOU와 교육교류를 시작해 매년 3~4명씩 3개월간 연수를 보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으며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다 보니 두 나라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지만 세계 무대로 나가는 통로가 부족했고, 이탈리아에는 훌륭한 음악적 자산이 있지만 아시아와의 연결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교두보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루카시와 의정부시의 자매결연, 이탈리아 음악인들과 한국 음악가들의 연결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육 사업, 국제 교류 사업, 페스티벌 운영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제가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음악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공연장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4. 클래식의 본고장인 이태리와 한국을 잇는 비즈니스 및 교육 사업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습니다. 사업을 추진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철학이나 가치는 무엇인가요? 또한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 있었을까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신뢰입니다. 문화교류 사업은 단기간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가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문화와 사고방식, 업무 방식이 매우 다릅니다.  한국은 빠르고 효율적이며 계획 중심적인 반면, 이탈리아는 관계와 과정, 인간적인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이런 차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업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현재 한국의 많은 젊은 성악가와 음악도들이 이태리 유학이나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지 사정과 비즈니스를 모두 잘 아시는 선배로서,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준비나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많은 학생들이 음악을 공부하면서 좋은 콩쿠르 성적을 거두거나 해외 유학을 가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음악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경험이며 의미 있는 성취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결코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콩쿠르 수상이나 유학은 어디까지나 더 큰 예술적 성장을 위한 과정이자 하나의 단계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모방하거나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만의 해석과 철학, 그리고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어야 비로소 독창적인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단순히 좋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가만이 전할 수 있는 특별한 감동과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공연장을 찾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음악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더 넓고 복합적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뛰어난 음악적 능력은 기본이며, 여기에 언어 능력과 인문학적 소양,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국제적 감각, 그리고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성악가는 여러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해야 하며,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문화적 배경까지 폭넓게 이해할 때 더욱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젊은 음악인들에게는 특히 문화적 이해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세계 무대는 단순히 실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태도, 다양한 사람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인간적인 품성 또한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실제로 국제 무대에서의 성공은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좋은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빠른 성과와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하는 시대이지만, 예술은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예술은 오랜 시간 자신을 단련하고 경험을 축적하며 성장해 가는 긴 여정입니다. 때로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고, 남들보다 늦게 꽃을 피우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 또한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빠르게 성공하는 예술가가 되는 것보다 오랫동안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순간의 성공보다 평생 음악과 함께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꾸준히 성장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무대에서 빛나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6. 가장 힘들었던 순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내 인생의 한 문장'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데일 카네기의 명언인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실패는 과정일 뿐이다.”라는 말입니다.

 

이 두 문장은 제가 음악가로 살아오며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게 해 준 소중한 삶의 지침이었습니다. 특히 예술의 길은 정해진 답이 없고, 끊임없는 도전과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믿음은 더욱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음악가의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박수갈채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성공의 순간보다 실패의 경험이 더 많고, 환호를 받는 시간보다 홀로 연습실에서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 훨씬 길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도 있고, 자신에 대한 의심과 좌절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음악을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의 유학 생활, 기대했던 무대에서의 아쉬운 결과,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느꼈던 두려움과 부담감 등 결코 쉽지 않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러한 경험들이 있었기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고, 예술가로서 한층 더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성장은 언제나 성공의 순간이 아니라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좌절을 경험할 때마다 다시 일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행운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은 음악인들에게도 늘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고 말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앞으로 달려가 바람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무대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두 문장을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용기,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7. 타임머신이 있어서 음악을 처음 시작하던 20대의 '청년 우범식'을 딱 5분간 만날 수 있다면, 선배로서 어떤 한 마디를 건네고 싶으신가요?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현실을 바라보지 말라."

 

음악가로서 현실을 바라본다는것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매 순간 주저 할때가 많았습니다. 음악외의 현실에서는 돈을 버는 방법이 늘 보였습니다. 하지만 음악가로서는 모든게 불투명했고 불안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빨리 성공해야 할 것 같았고, 더 많은 무대에 서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많은 경험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힘든 시간들도 훗날 모두 소중한 자산이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8. 무대 위의 아티스트를 넘어 클래식 음악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문화 리더로서 활약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바리톤 우범식 선생님이 그려나가실 최종적인 음악적 지도(Map)와, 클래식 예술계에 남기고 싶으신 긍정적인 발자취는 무엇인지 기대가 됩니다.

 

이제 저의 꿈은 개인적인 성공이나 예술적 성취를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음악 플랫폼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성악가로서 무대에 서고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아온 시간 동안 저는 한 사람의 성공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미래의 음악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다양한 음악 교육 및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음악이 국가와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이탈리아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국제 음악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하고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특히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제 무대로 나아갈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하는 젊은 음악인들에게 실질적인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해외 연수 프로그램, 국제 교류 프로젝트, 공연 및 교육 프로그램, 국제 콩쿠르와 페스티벌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음악인들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한 국제 합창 페스티벌과 음악 축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만나고 교류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공연 예술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만드는 소통의 언어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의 음악인들이 함께 노래하고 협력하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자 합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는 단순히 규모가 큰 행사나 화려한 성과를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꿈이 시작되는 무대를 만들고,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언젠가 제가 음악 현장을 떠난 뒤에도 누군가가 이렇게 이야기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만들어 준 무대 덕분에 내 음악 인생이 시작되었고, 그 시간은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만약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평생 음악과 문화교류 활동을 하며 이루고자 했던 가장 큰 성공이자 가장 값진 보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어떤 상이나 명예보다도 더 큰 의미로 제 삶을 완성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9.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 저는 성악가이자 공연기획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연 활동과 국제 문화교류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예술가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을 통해 국가와 문화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자 합니다.

 

특히 한국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진행해 온 국제 음악 페스티벌과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표입니다.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양국 간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제 교류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며, 이를 통해 젊은 음악인들에게 더욱 다양한 국제 무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또한 최근 추진하고 있는 몽골 국제음악페스티벌을 비롯하여 한국, 중국, 몽골 등 아시아 국가들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음악 플랫폼 구축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각 나라가 가진 고유한 문화와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고,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특히 제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이탈리아 루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국제 음악 프로젝트를 더욱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루카는 단순한 개최 도시가 아니라 한국과 유럽의 음악인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을 중심으로 국제 페스티벌, 음악 교육 프로그램, 공연 교류 사업 등을 확대하여 젊은 음악가들이 해외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청소년들을 위한 합창과 성악을 중심으로 한 국제 교육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세계 각국의 음악인들이 함께 배우고 노래하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음악을 통한 진정한 국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음악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꿈꾸는 것은 음악을 통해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음악이 가진 힘을 믿고 작은 역할이라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

 

저는 “예술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사람이 다시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음악이 가진 가능성과 가치를 믿으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젊은 음악인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열어 주고, 서로 다른 문화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 앞으로 제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이며 이루고 싶은 미래입니다.

 


[맺음말]

데일 카네기는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범식 선생의 삶은 이 문장의 완벽한 궤적이다. 불확실한 미래와 현실의 벽 앞에서도 그는 멈춰 서서 바람을 기다리는 대신, 뜨거운 심장으로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가 자신만의 거대한 예술적 바람을 만들어냈다. 2025년 ‘대한민국 진심예술대상’이라는 영예는 그가 걸어온 진정성 있는 발자취에 대한 당연한 헌사일지 모른다.

“예술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사람이 다시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확신하는 그가 꿈꾸는 최종 목적지는 개인의 화려한 성취가 아니다.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든든한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훗날 누군가로부터 “그 사람이 만들어 준 무대 덕분에 내 음악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진심 어린 고백을 듣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 청소년과 중견 예술가를 아우르는 그의 원대한 음악적 지도가 완성되는 날, 세계 클래식 예술계에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진심의 발자취'가 깊게 새겨질 것이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예술신문 고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