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대, 즉 ‘포디움(Podium)’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 10cm 남짓한 높이의 지휘대는 권위를 내세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수십 명 단원들의 거친 숨소리와 악기 끝에서 피어나는 미세한 떨림, 그리고 음악을 향한 뜨거운 눈빛을 가장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낮고 겸손한 소통의 자리’입니다.
지휘자는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연주자입니다. 단원들이 저마다의 악기로 영혼을 담아 꺼내놓은 선율들을 포디움 위에서 온몸으로 받아 안고, 그것이 하나의 거대한 하모니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조율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포디움 위에서 제가 바라보는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완벽한 음표들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과 음악적 고민이 모여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세계입니다.
이 지휘대 위에서는 음악을 대하는 다양한 삶의 궤적들이 보입니다. 평생을 음악에 바치며 완벽한 소리를 위해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는 전공자의 숭고한 땀방울이 있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악기를 잡는 순간만큼은 가장 순수한 아이처럼 미소 짓는 아마추어의 뜨거운 열정이 있습니다.
시작한 지점도, 달리는 속도도, 음악을 품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지만, 단 하나의 완벽한 튜닝을 위해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동등한 무대 위의 주인공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도전의 장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유일한 대피소이자 놀이터인 이 공간에서, 저는 단원들이 꺼내놓는 숨은 선율들을 지휘자의 시선으로 묵묵히 기록해 나가고자 합니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통하는 이들의 이야기. 혼자가 아닌 ‘우리’이기에 가능했던 연주, 귀를 열고 서로를 배려하며 완성해 나간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합니다.
마에스트로의 포디움, 그 지휘봉을 들어올리며 연주자들의 삶과 열정의 순간들을 함께합시다.
글. 고유미
[대한민국예술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