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이 출판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MAM 출판사의 가보경 대표가 ‘AI 출판’ 및 ‘AI 북디자이너’로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을 끈다. 가 대표는 현시대의 메가 트렌드인 AI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실제 출판 공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업계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다수의 AI 관련 서적을 기획하고 출판하며 기술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가 대표가 도달한 결론은 역설적이게도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인간’을 향해 있다. 그녀는 AI의 기술적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만능 도구로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사유(思惟)가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철학적 본질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가 대표는 “AI는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결과값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매체”라고 짚으며, “결국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통찰력 있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질문자(인간)’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고도화된 AI 시대일수록 기술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사유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인간의 굳건한 가치관과 주체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통찰로 풀이된다. 기술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출판인이 전하는 이 묵직한 메시지는, AI 시대를 마주한 현대인들에게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다. [편집자 주]
책 디자인을 만들 때, 원고를 받고 원고에서 느낌, 향기에 맞춰서 색상이나 구도, 폰트로 드리우고, 원고에서 주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에서 주는 선명한 메시지가 있으면 일필휘지처럼 그 책디자인이 선명하게 맞춰지면서 금세 진행이 된다고 했다. 가보경 대표가 기억에 남는 AI 관련 서적으로 ‘생각의 반격’이라는 김기진 교수님의 책을 처음 내용을 보면서 생각이 다듬어진다. 책에 색이 들어가지만, 색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무채색으로 된 일러스트로 의미를 담자는 생각이 들면서 선 하나로 표현을 하고자 했다. 생각의 반격이란 질문이 중요하고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보경 대표가 본인 스스로가 인간의 생각, 인권의 주권을 중심을 가지는 생각으로 AI 디자인을 해야 된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 책 저자들 33인이 사고의 주권 선언식을 하며, 이 외침의 힘을 얻어서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는 점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가보경 대표는 책을 디자인하는 과정 자체가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원고가 품은 메시지가 선명할수록 표지부터 내지를 채울 디자인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아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손을 거친 책들은 일반적인 타이포그래피나 그래픽 위주의 북디자인을 넘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짙은 회화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어릴 적 경험이 깊게 스며든 덕분일까, 가보경 대표는 책 표지를 단순한 포장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대한다. 저자가 전하려는 다양한 메시지를 북아티스트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그녀는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차이를 'YOU(당신)'의 유무에서 찾는다. "순수예술이 나만의 만족을 위한 결과물이라면, 디자인은 타인의 시선에서도 아름답고 명확하게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정답을 찾아 시각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객관화 과정. 그 쉽지 않은 여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적 고유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가보경 대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본질이다.
순수미술의 주관성과 디자인의 객관성에 대한 그녀의 깊은 통찰은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하며 더욱 단단해졌다. 가 대표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디자인의 정답은 결코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코로나19 시기의 특별한 나눔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대면 미술 교육이 어려워지자, 학원에 가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가볼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 기초 도형 강좌를 무료로 공개한 것이다. 특히 이 영상은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가 대표는 학교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용 시트지까지 무상으로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활발히 소통하게 된 그녀는, 디자인이 향해야 할 주체와 방향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북디자인에서 저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방식과도 꼭 닮아 있다. 가 대표는 저자가 직접 AI로 표지 시안을 만들어 올 때 오히려 반갑다고 말한다. 그 시안 안에 저자만의 확고한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속 색감이나 특정 사물, 식물 등은 저자 고유의 색깔을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훌륭한 단서가 된다. 가 대표는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사람 자체가 책 속에 오롯이 담긴다"고 믿는다. 글을 따라가며 저자의 철학이 디자인으로, 생각이 상상력으로 채워져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대상의 눈높이를 맞추는 그녀의 소통법은 교육 현장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과거 까다로운 입시 미술을 가르치다 일반인과 어린이로 대상을 넓히며,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때 치열하게 다져진 눈높이 교육의 노하우는 현재 미얀마 4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AI를 가르치는 교수로 강단에 서는 데에도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2023년 나우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와인 파티 겸 북콘서트는 가 대표에게 새로운 나눔의 문을 열어준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행사를 찾아온 누리나래선교협회 대표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미얀마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교육 봉사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현재 가 대표는 협회를 통해 미얀마 청소년들에게 AI 강좌를 진행하는 한편, '누리나래 출판사'를 세워 AI 미개척지인 미얀마 현지어로 된 책들을 출판하고 있다. 기초 그림 동아리부터 인디자인 실무, 책 쓰기, 동화책 제작, 캐릭터 디자인, AI를 활용한 작곡 등 다방면에 걸친 가 대표의 재능 기부는 지금까지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줌(Zoom) 강좌가 통역 없이 100%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교육을 통한 진정한 자립을 돕겠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한국디지털문인협회의 후원을 받는 누리나래선교협회는 현지에 교육 기관(4대학, 7대학)을 세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오기도 한다. 가 대표는 아직 AI나 디자인이 낯선 미얀마 청소년들에게 "시대의 흐름인 AI 기술을 미리 익혀두면,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과 상관없이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가오는 AI 시대에 발맞춰, 아이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강력한 기술적 무기를 쥐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술을 향한 그녀의 여정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한 사람이 있었다. 예원학교 재학 시절,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의 입시 선생님이 화선지 위에 먹으로 담담히 그려낸 꽃 한 송이는 어린 그녀에게 동양화의 강렬한 매력을 일깨웠다. 집안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동양화를 전공으로 택한 이유다. 동양화 특유의 여백이 지닌 함축적인 미학은 그녀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마중물이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그녀가 매만지는 북디자인 곳곳에 깊은 영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동양화에 대한 깊은 애정은 자연스럽게 전공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디지털 드로잉을 통해 그 매력을 구현하고 있다. 가 대표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동양화 특유의 정서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화선지 위로 번지는 먹의 농담과 관람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여백, 그리고 선 하나에 압축된 감정은 서양화와는 또 다른 동양화만의 독보적인 미학이다. 그녀가 색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디자인을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노톤의 선들이 겹겹이 쌓이는 느낌에 대한 애착은 예원학교 시절 쥐었던 연필에서 비롯되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했던 소녀에게, 하얀 도화지와 연필 한 자루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완벽한 해방구였다. 색 없는 단출한 도구로도 무한한 세계를 그려낼 수 있었던 그 시절의 경이로움은, 오늘날 그녀의 북디자인을 관통하는 든든한 예술적 철학이 되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가 대표의 북디자인은 정형화된 그래픽이나 타이포그래피보다 회화적인 색채를 짙게 띤다. 어린 시절부터 체화된 예술적 감수성 덕분에 그녀에게 책 표지는 단순한 포장이 아닌 하나의 '작품'이다.
정보가 이미지로 쏟아지는 시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는 빈틈없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반면, 사람이 그린 그림에는 창작자의 치열한 고뇌와 인간미가 담겨 있다. 선이 끊어지거나 스미고, 텅 빈 여백이 존재하는 그림은 오히려 그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가 대표는 "AI 이미지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오히려 과하게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AI의 완벽함보다는 깊은 철학과 메시지가 담긴 인간의 그림, 그리고 그런 진정성을 품은 책에 대중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소망한다.
그럼에도 가 대표는 AI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과거 입체파(큐비즘)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낯설게 여겨졌던 것처럼, 머지않아 'AI 화풍'이라는 새로운 예술 사조가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사람의 몫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그녀는 디자인의 불모지인 미얀마에 현지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AI라는 도구를 통해 미얀마 학생들이 성장하고, 자신만의 꿈을 굳건히 키워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가보경 대표가 그리는 미래다.
| 완벽함을 추구하는 AI의 홍수 속에서도, 가보경 대표는 결국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인간의 고뇌와 철학'임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녀의 북디자인은, 책이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독자와 교감하게 만듭니다. 나아가 미얀마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해 AI와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희망의 도구를 쥐여주는 그녀의 발걸음은 진한 감동을 전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그 방향을 결정하고 온기를 불어넣는 것은 사람의 주체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인간미가 스며든 선과 색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국경을 넘어 더 큰 꿈을 디자인해 나갈 가보경 대표의 아름다운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원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