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회장 고유미)가 클라라 슈만 서거 13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무대를 마련했다. 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 제4회 정기연주회가 8월 29일 오후 6시 30분 연세대학교 체임버홀에서 열렸다. ‘사랑과 예술의 헌정, 그리고 세계로 향하는 하나의 울림’을 주제로 열린 이번 공연은 음악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 부부의 삶과 음악을 조명했다.

남궁선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연주회에는 협회 대표이자 음악감독인 고유미를 비롯해 초청 연주자 조영웅 교수와 작곡가 정미진, 피아니스트 라고은·박지수·김지현·민예본·윤대현·최수아, 소프라노 전채은, 플루티스트 유정은, 바이올리니스트 변수민, 첼리스트 배준수·김욱 등이 참여했다. 연주자들은 피아노 독주와 듀오, 성악, 플루트와 피아노, 피아노 트리오 등 다양한 편성으로 슈만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였다.


공연의 문은 초청 연주자 조영웅의 로베르트 슈만 ‘환상곡 C장조 작품 17’ 제2악장이 열었다. 슈만 특유의 격정적인 리듬과 내면의 서정성이 교차하는 작품으로, 연주회의 음악적 방향과 분위기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이어 피아니스트 라고은이 ‘아라베스크 C장조 작품 18’을 연주했다. 이 작품은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과 섬세한 감정의 변화가 돋보이는 곡으로, 슈만 음악의 시적이고 낭만적인 면모를 전했다.
피아니스트 민예본과 플루티스트 유정은은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로망스 작품 94’ 중 제2곡과 제3곡을 선보였다. 피아노와 플루트가 서로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이어가는 섬세한 음악적 대화가 슈만 특유의 따뜻한 서정을 드러냈다.
수비토 트리오의 바이올리니스트 변수민, 첼리스트 배준수, 피아니스트 최수아는 ‘피아노 삼중주 제1번 d단조 작품 63’ 제1악장을 연주했다.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라는 악상 지시처럼 세 연주자는 긴장감 넘치는 선율과 역동적인 앙상블로 프로그램의 흐름을 확장했다.
후반부에서는 작곡가 정미진의 클라라 슈만 헌정 초연곡 ‘Room of Her Own for Pianoforte’가 피아니스트 박지수의 연주로 소개됐다. 이 작품은 당대의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교육자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지켜낸 클라라 슈만의 삶을 오늘의 음악 언어로 되돌아본 창작곡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주회의 의미를 더했다.
피아니스트 김지현과 소프라노 전채은은 로베르트 슈만의 ‘연꽃’, ‘헌정’과 클라라 슈만의 ‘고요한 연꽃’, ‘당신이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을 함께 선보였다. 두 작곡가의 가곡을 교차해 배치함으로써 서로를 향한 사랑과 예술적 교감, 각기 다른 음악적 개성을 한 무대에서 비교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피아니스트 윤대현과 첼리스트 김욱이 로베르트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 73’을 연주했으며, 마지막에는 고유미와 조영웅이 한 대의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포핸즈 무대로 ‘동방의 그림 작품 66’을 선보였다. 두 연주자가 하나의 건반 위에서 호흡을 맞추는 포핸즈 연주는 이번 공연이 지향한 소통과 화합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고유미 대표는 프로그램 인사말을 통해 “피아노 앙상블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완성하는 소통과 화합의 예술”이라며 “슈만 부부가 남긴 숭고한 음악적 유산 속에서 따뜻한 위로와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는 2023년 클래식 앙상블M으로 출발해 정기연주회와 기획공연, 해외 연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이어오고 있다. 2025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한 뒤 피아니스트와 여러 분야의 연주자가 함께하는 융합형 무대를 확대하고 있다.
클라라 슈만 서거 130주년을 기념한 이번 공연은 단순히 한 음악가를 추모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의 작품, 현대 창작곡과 여러 형태의 앙상블을 한자리에 엮어 사랑과 예술, 소통과 연대라는 가치를 되새긴 음악적 헌정 무대였다.

[대한민국예술신문 박요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