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은 제주의 바람과 사람,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가득 찼다.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이 스무 번째 정기연주회 「제주, 多」를 성황리에 마치며, 단순한 합창 공연을 넘어 관객을 제주의 깊숙한 매력으로 안내하는 한 편의 서사적인 음악 여행을 선사했다. 4년에 걸쳐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을 통해 제주의 각 마을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오며 마을 주민들을 직접 찾아 연주하기도 하고, 마을의 노래를 함께 배워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이 이번 무대에는 제주의 익숙한 자연경관 이면에 자리한 마을의 설화와 제주어, 그리고 도민들의 삶과 애환을 밀도있게 담아냈다.

객석을 여행자로 만든 '제주 한 바퀴' - 서사적 연출과 창작 초연의 빛나는 성취
공연의 시작은 말 그대로 ‘출발’이었다. 김동률의 「출발」과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로 경쾌하게 막을 올리며 객석에 기분 좋은 설렘을 불어넣었다. 이어 「제주도 푸른 밤」을 비롯해 「부부석 이야기」, 「서쪽 마을 이야기」가 연주되며 제주의 다채로운 일상과 사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 창작 초연곡 「제주의 하루」 (전송이 작곡)와 「오름과 바당」 (안현순 작곡)은 제주가 가진 고유한 서사를 새로운 음악적 언어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합창단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주었다. 곡과 곡 사이를 매끄럽게 잇는 유기적인 연출과 스토리텔링은 각각의 노래를 단절시키지 않고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다음 마을의 이야기 속으로 이끌었다.

세대를 아우르는 하모니, 진정한 ‘多’의 의미를 묻다
공연 중반부의 특별 무대는 이번 연주회의 예술적 깊이를 한층 더했다. 이정하, 홍수연, 좌보나, 김지수로 구성된 여성 4중창이 들려준 「주간명월」은 깊이 있는 음색으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이어진 소리풍경어린이합창단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하는 친구들」 무대는 아이들 특유의 맑고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더하며 공연장의 온도를 높였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삶의 궤적을 그려온 여성들의 소리에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가 포개어지는 순간, 공연의 부제인 ‘多(많을 다)’의 진정한 의미가 빛을 발했다. 수많은 세대와 다채로운 목소리, 그리고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조화로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은 서로 다름을 품어 안고 살아가는 제주라는 섬의 본질과 완벽히 맞닿아 있었다.

스무 번째 울림 그 너머, 많은 세대, 많은 목소리, 많은 이야기 - 한소리가 써 내려갈 다음 여정
객석의 뜨거운 환호성에 화답하며 선보인 앵콜곡 「소문의 낙원」은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한소리여성합창단의 풍성한 화음과 소리풍경어린이합창단의 투명한 음색이 어우러진 이 무대는, 세대를 초월해 음악으로 연대하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며 아라뮤즈홀을 온전한 ‘사랑이 많은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1999년 창단 이래 스무 번의 정기연주회를 거쳐온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의 활동은 단순히 20회라는 오랜 시간의 축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김훈석 지휘자의 탁월한 리더십과 김민정 피아니스트의 섬세한 반주, 전송이·안현순의 작·편곡, 그리고 유채연 연출가의 기획력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 이번 무대는 제주의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이들의 끈질긴 열정의 결실이다.
오랜 기다림과 치열한 연습 끝에 무대를 가득 채웠던 스무 번째 울림은 막이 내린 후에도 짙은 여운을 남겼다. 자신들만의 음악적 언어로 제주의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노래하는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 이들이 다음 무대에서 들려줄 또 다른 제주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대한민국예술신문 김은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