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소르 – 서로 다름을 안아주는 연습
따스한 햇볕이 여름의 문을 열 듯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햇빛이 강렬하지만, 건물 뒤에 드리운 그늘은 서늘함을 머금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에서 오는 서로 다른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듯하다.
40대로 보이는 아름다운 커플과의 만남으로 하루를 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들은, 다름으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했다. 남자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여자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함께 살면서 연애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 보이고,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 또한 너무나 다르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혼 전에는 나에게 없는 모습과 성향이 강렬한 이끌림이었지만, 이제는 다름으로 인해 불편하고 어색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한다.
서로 다른 곳을 향해있던 두 사람의 시선을 한곳에 모은 곡이 있다. 그 곡은 페르난도 소르 Fernando Sor <위안> L` Encouragement Op. 34이다. 이 곡은 ‘기타의 베토벤’이라 불리는 뛰어난 작곡가이자 기타 연주자인 소르(1778-1839)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소르는 스페인의 북부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몬세르라르 수도원에서 공부했다. 그는 19살에 바르셀로나에서 오페라를 발표하였으나,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공과 지배를 반대하여 영국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페라를 발표한 뒤 파리로 옮겼다가 1809년 전쟁을 피하여 런던으로 건너가 기타 연주자로 활약하며 영국에 본격적으로 기타를 알렸다. 그 후 다시 파리로 돌아와 기타 교사와 발레 작곡가로 활약하였다.
<위안>은 ‘고독한 두 영혼의 대화’가 따뜻한 선율로 다가오는 곡이다. 두 대의 기타는 서로 다른 두 영혼을 노래한다.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지만, 끊임없이 대화하며 조화를 이룬다.
그의 탄현 방법은 손톱을 기르지 않고, 오직 살갗만을 이용한 지두탄현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르의 절친한 친구인 ‘아구아도(Aguado)’는 손톱을 길러 손톱을 이용한 탄현이 옳다고 했다. 둘은 서로 친구였지만 기타 연주에서만큼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당시 기타 줄은 양의 내장을 꼬아 만들어서 줄의 상태가 매우 민감하고 열악했다. 그 때문에 소르의 주장도 일리가 있고 새로운 주법에 도전한 ‘아구아도’도 옳다고 할 수 있다.
소르는 빠른 스케일 연주로 명성을 얻은 친구 아구아도를 위해 그의 연주 파트에 그런 점들이 돋보이게 작곡했다고 하며, 실제로 연주 파트에 ‘sor’, ‘Aguado’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친구 ‘아구아도’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진정한 의미의 우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곡이다.
작곡가와 친구 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곡을 들으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당연하다 느끼면서도 부담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함께 나누어도 되는데 굳이 혼자 안고 가려는 남편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의 꾸지람을 무릎 꿇고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아버지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때론 의견을 내세우기도 한 입장이라 집안의 행사를 결정하는 일에 아내의 의견제시가 부담되는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부모님께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을 아내가 대신 속 시원히 말해주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름으로 만들어진 틈은 어느새 회복이 가능한 결들로 서서히 채워지고 있었다.
서로의 다름에 갈등하던 부부는 이제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나, 너’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부부의 첫걸음에 음악과 함께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당신은 이런 특성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랐어, 그래서 당신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며, 우리만의 삶을 꾸려가자.”라는 대화가 진지하게 이어졌다.
그들은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독립적이고 분화된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하며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다. 서늘한 그늘과 찬란한 햇빛처럼, 갈등과 화해는 우리의 삶에 공존하는 듯하다.
서로가 독립된 개체로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어려움이 함께 할 것이다. 힘들 때 우리의 본성은 더욱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그들을 더욱 단단한 하나로 만들어간다. 그들이 헤쳐나갈 시간이 주도적이고 건강한 가정으로 나아가는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며, 부부의 여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음악이 주는 메시지는 두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서로를 이해하는 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서로를 향한 포근한 눈빛과 미소가 따뜻한 햇볕만큼이나 빛난다. 하나가 될 준비가 된 그들과 인사를 나눈 뒤 2주 후 있을 상담이 벌써 설렌다.
최영민 작가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