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자의 길: 기술, 협업 그리고 표현 " (1-6)

반주: 공동 창작과 해석을 통한 예술적 소통


※ “리허설이 시작되기 전, 이미 연주는 시작된다”

 

연주는 무대 위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반주자에게 있어 진짜 연주는 리허설이 시작되기 훨씬 전, 상대 연주자와 처음 만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

무대 뒤에서의 준비, 리허설 전의 감각, 짧은 대화 한마디. 이것들이 모여 반주자의 전문성을 말해준다.

 

 

이번 칼럼에서는 리허설을 앞둔 반주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전 준비와 리허설 운영의 핵심 팁을 소개한다.

 

리허설 전, 반주자의 준비 포인트 3가지

 

1. 나만의 언어로 악보 마킹하기

전문 반주자들은 악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다. 솔리스트들의 호흡 포인트, 흔들릴 수 있는 템포, 클라이맥스 전의 감정적 지점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기호와 색깔로 마킹해두자.

이러한 마킹은 연습실에서의 긴장을 줄여주고, 리허설 중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2. 연주자에 대한 사전 리서치

같이 연주할 파트너가 누구인지, 과거 어떤 스타일의 연주를 해왔는지, 선호하는 템포나 감정선은 어떤지를 미리 조사해보자.

특히 성악가의 경우 언어별 강점, 딕션 스타일, 특정 구간에서의 감정 표현 등이 개성적으로 드러나므로, 이를 미리 인지하고 준비한 반주자는 신뢰를 얻는다.

 

3. 짧지만 진심이 담긴 5분 대화

리허설이 시작되기 전, “어느 부분이 가장 불안하셨나요?”, “어떻게 호흡 맞춰볼까요?” 같은 짧은 대화는 연주자에게 큰 신뢰를 준다.

음악은 말 없이 이루어지지만, 관계는 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리허설을 ‘같이 만들어가는 시간’으로

 

많은 반주자들이 리허설을 ‘따라가는 시간’으로 여긴다. 그러나 진짜 반주자는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으로 바꾼다.

 

처음엔 상대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두 번째는 흐름을 함께 이끌고,

세 번째는 음악적 중심을 잡는다.

 

리허설이 잘되면 무대는 그 자체로 편안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반주자는 항상 섬세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주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다

 

리허설은 연주의 시작점이자, 신뢰의 출발점이다.

준비된 악보와 손가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와 분위기를 읽는 감각이다.

 

연습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연주 중이다.

 


 

 

고유미

대한민국예술신문 예술교육이사

덕원예술고등학교 피아노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연세대학교 피아노반주과 석사 최고점 입학, 졸업.

클래식앙상블 엠 이라는 반주전문단체 대표로 있으며 기악반주, 성악반주, 합창반주, 뮤지컬반주 등 활동영역이 넓으며 전문연주자들과 협업하며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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