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조지 거슈윈 – 너 자신이 되어라.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시원한 것만 찾게 된다. 눈이 부신 햇살보단 그늘을 찾게 되고 속을 달래주는 따뜻한 차 한잔보단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게 되는 날이다. 상황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찾고, 결정하는 의지를 지닌 우리라지만 그렇지 못한 때도 있는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창밖의 장렬한 태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카페에서 차가운 커피 한 모금에 행복을 느끼는 시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올라?”라는 질문에 잠시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답을 찾고 있는데…. 종일 일하고 돌아온 엄마의 땀 냄새가 가득했던 치마폭으로 얼굴을 묻고 안겼던 기억이 떠오른다는 말을 전하는 그녀.

 

형제자매가 많았던 이유로 엄마와 둘만의 포근한 시간이 고팠고, 늘 양보해야만 했었던 2남 2녀의 중간, 그래서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고 소외되었던 기억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언니, 오빠는 그들과 다른 생각을 내비칠 때면 “그럼 너 혼자 하고 와, 우린 이거 할게.”라고 말해, 마치 어떤 원에서 밀려난 작은 점이 된 순간들로 차갑고 서운함으로 회상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그녀와 함께 들어본 곡은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이다. 이 곡은 1924년에 작곡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재즈 피아노 협주곡이다.

 

1898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조지 거슈윈은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첫째 아들을 위해 피아노를 샀다가 우연히 조지 거슈윈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16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레믹 악보 출판사에 취직하여 악보를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곡을 들려주는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는 전업 작곡가의 길을 걷기 위해 고전 음악을 배웠지만, 대중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밝고 경쾌한 사랑 노래를 주로 쓰다가 21살에 ‘스와니’(Swanee)를 작곡해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작곡가로 입지를 다져가던 그는 당시 ‘재즈의 왕’인 폴 화이트먼의 제안을 받는다. 바로 심포니 재즈를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5주. 초조했던 그는 어느 날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바퀴 소리를 듣고 창작의 영감을 얻게 된다. 불규칙한 듯하면서도, 규칙적인 리듬을 발견하고 작곡을 해나갔으나 오케스트라 음악에 능숙하지 못했기에 가장 먼저 다룰 수 있는 피아노 음악으로 작곡을 마쳤다. 두 대의 피아노 음악을 위한 곡으로 완성하고 퍼디 그로페에게 피아노 독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을 부탁한다. 이렇게 완성된 음악이 바로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이다. 1924년 2월 12일 뉴욕 에올리언 홀에서 폴 화이트먼과 그의 관현악단이 초연하여 ‘미국인의, 미국인에 의한, 미국인을 위한 오리지널 작품이 태어났다.’라며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거슈윈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열어준 작품이다. 흑인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는 재즈 음악을 연주회용 공연이 가능한 예술로 위상을 더 높인 작곡가 조지 거슈윈.

 

도입부에서 사이렌의 울림과도 같은 클라리넷의 글리산도 주법을 들을 때 “이게 클래식 음악인가?”라는 질문에 “당시 클라리넷 연주자가 장난스럽게 연주한 것을 거슈윈이 ‘좀 더 울부짖는 듯이 연주해봐’라고 해서 이 곡이 더 특별해졌지.”라는 이야기에서 그녀의 바람을 발견했다고 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너무나 그리웠던 그녀이기에 유독 그 부분이 자기 일처럼 와 닿은 듯하다. 결혼생활에서 남편도 아이들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 속상했는데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낀 그녀. 이렇게 음악에서 공감을 얻게 되어 기쁘다며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것에 대한 희망을 품고 헤어졌다.

 

큰 명성을 얻게 된 거슈윈은 본인의 음악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파리로 건너가 인상주의 음악의 대가 모리스 라벨에게 레슨을 청했으나, 라벨은 “당신은 이미 일류 거슈윈인데, 왜 이류 라벨이 되려고 하느냐?”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모든 의견을 다 말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우선 가벼운 주제나 친근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용기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감 있게 말하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지지를 얻어 당신의 의견이 가치 있음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너 자신이 되어라.”

- 핀다로스의 ‘델포이 송시’-

 


 

최영민 작가

 

[학력]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경력]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시상]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