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카를 닐센 – 이해의 확장


봄은 참 오묘하다. 아직 겨울인가 생각하다 벌써 여름이 되었는지 때로는 계절을 종잡을 수가 없다. 이 계절 사이에 끼어 있는 봄, 예측하기 어렵기에 유독 설레는 걸까?

아들 둘 키우는 엄마가 나에게 상담을 신청하며 찾아왔다. 봄 날씨만큼이나 알기 힘든 게 아들의 마음이라며….‘정말 이해가 안 돼요.’, ‘그 둘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라는 말이 계속 반복되어 들린다.

 

아들 둘의 성향은 완전히 반대였다. 큰아들은 뭐든 몸으로 부딪치며 일단 해보는 성향이라 ‘어떤 문제라도 만들지는 않을까?’ 항상 걱정된다고 하고, 작은아들은 뭘 하나 하려면 열두 번도 더 생각하는 아이라 속에서 불이 난다고 했다. 이 두 아들 키우느라 자신의 영혼까지 늙겠다며 힘듦을 토로했다.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의 성장기에 겪었던 이야기로 이어졌다. 자매로 자란 그녀는 그중 첫째로 늘 엄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처지였고 둘째인 동생은 자유롭게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녀의 엄마는 ‘둘이 반씩 섞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고 하며 나도 똑같은 심정이라 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아하, 엄마의 심정이 이런 심정이었구나!’라며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렇군요, 다 다르군요”

 

그리고 함께 들어본 음악은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 Carl Nielsen의 <교향곡 2번> Symphony no. 2 Op.16 ‘네 개의 기질’이었다. 이 곡의 ‘네 개의 기질’의 부제를 붙인 닐센은 1902년 교향곡을 작곡하던 중 덴마크 세란섬의 어느 시골 마을 맥주 전문점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벽에 걸린 한 폭의 수채화를 보게 된다. 그 그림은 4부로 나뉘어 인간의 4가지 기질인 담즙질, 점액질, 우울질, 다혈질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것은 고대 의학을 집대성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분류한 기질로 만든 작품이라 한다.

1악장 Allegro collerico (Choleric) '담즙질'로 격렬하고 힘이 넘치는 악장이다. 불규칙한 리듬과 급격하고 다이내믹한 변화는 분노와 충동, 강한 의지를 지닌 담즙질적인 성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2악장 Allegro comodo e flemmatico (Phlegmatic) 느리고 둔하지만, 끈기 있고 안정적인 점액질의 특징을 반영하는 악장이다. 묵직하고 반복적인 리듬, 꾸준히 진행되는 선율은 인내심과 끈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굳건한 힘을 드러내며 긍정적인 에너지로 마무리된다.

3악장 Andante malincolico (Melancholic) 깊은 슬픔과 고독,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우울질 악장이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흐르는 애상적인 선율은 우울질적인 비애감을 극대화한다. 억눌린 감정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안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4악장 Allegro sanguineo - Marziale (Sanguine), 활기차고 쾌활하며 자신감 넘치는 다혈질을 나타내는 악장이다. 경쾌한 리듬과 밝은 선율은 사교적이고 낙천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며 때론 가볍고 장난기 넘치는 유머러스함까지 엿보인다.

 

이 곡을 함께 듣고 이야기 나누며 그녀는 “1악장은 큰아들을 닮은 듯하고, 2악장은 작은아들을 닮았네요….” 라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인정해야 하는데 나에게 맞추려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거였네요.”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 동생도 그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엄마의 기대가 저에게 집중되다 보니 동생도 나름 힘들었을 것 같아요.”

두 아들을 이해하고자 했던 불편한 마음이 다름을 인정하고 나니 편안함과 설레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과 타인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닐센의 독창적인 음악 어법과 다채로운 표현력을 통해 인간의 다양함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 이해에서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고 그러면서 우리는 더불어 함께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타인의 이해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나의 생각이 음악을 통해 확장되고 유연해짐을 닐센의 음악을 들으며 알 수 있었다.


 

최영민 작가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