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자의 길: 기술, 협업 그리고 표현 " (1-2)

반주: 공동 창작과 해석을 통한 예술적 소통


※ 훌륭한 반주자가 되기 위한 조건 – '같이'를 연주하는 사람

 

‘좋은 반주자’란 어떤 사람일까?

 

화려한 기교를 갖춘 사람? 빠르게 곡을 읽는 사람? 아니면 지휘자 눈치를 잘 보는 사람? 물론 이런 요소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 훌륭한 반주자는, 기술이나 속도를 넘어 ‘함께 연주하는 태도’를 아는 사람이다.

 

 

◇ 듣는 귀 – 듣지 않으면 결코 반주할 수 없다

반주는 기본적으로 파트너를 듣는 음악이다. 반주자가 먼저 들어야 할 것은 파트너의 소리다. 박자가 약간 느려졌는지,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지, 숨을 쉬고자 하는지를 민감하게 ‘읽는 귀’가 없다면, 서로의 호흡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잘 듣는다는 건 단순히 ‘소리를 잘 포착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의도와 표현의 맥락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반주자는 귀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어야 한다.

 

◇ 빠른 판단력과 적응력 – 리허설은 짧고, 무대는 순식간

특히 성악이나 악기 레슨 반주에서는 리허설이 짧은 경우도 있다. 곡의 양이 많다면 더욱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아진다. 그 시간 안에 파트너의 템포, 곡 해석, 호흡, 실수하는 지점까지 파악하고,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심지어 무대에서 갑자기 솔리스트의 템포가 바뀌거나, 악보를 건너뛰거나하는 실수도 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단한 ‘기초 체력’과 ‘멘탈’, 그리고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반응할 수 있는 유연한 두뇌다. 훌륭한 반주자는 매 순간 “지금 무엇이 중요한가”를 판단할 줄 안다.

 

◇ 안정적인 리듬과 서포트 능력 – 보이지 않는 중심축

반주는 소리의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상대가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바닥의 역할’이다. 리듬이 흔들리면 상대의 표현도 흔들린다. 반주자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안정된 박과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 안정감이 지나쳐 뻣뻣해지면, 상대의 유연한 프레이징이나 루바토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유연한 안정감”이다. 단단하지만, 따라가 줄 수 있는 - 중심은 지키되 얽매이지 않는.

 

◇ 소통과 해석의 언어 – 같이 말할 줄 아는 음악가

연주 전에 파트너와 해석을 나누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 곡의 클라이맥스는 어디인지, 이 마디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지, 음형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 서로 나누는 대화가 곧 음악의 색이 된다.

 

그렇기 위해서는 반드시 곡에 대한 연구를 반드시 한 후에 파트너와 이야기를 해야한다.

지식없이 단순히 반주만 하게되면 파트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겸손함과 존중 – 주인공이 아닌 동행자로서

반주자는 무대 위에서 단독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음악의 완성도는 반주자의 역할에 달려 있다. 그 모순 속에서 중요한 것은 겸손이다. 상대를 진심으로 돕고, 빛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진정한 반주는 될 수 없다.

 

훌륭한 반주자는 자기 음악에 자존감이 있지만, 자기 소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나도 여기 있어’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 마무리하며

반주는 음악적인 기술 이전에, 인간적인 태도와 성숙한 감수성을 요구한다. 누구보다 잘 듣고, 누구보다 단단하며, 누구보다 부드럽게 상대를 품어야 한다.

좋은 반주자는 곁에 있을 때 느껴진다. 같이 있을 때 음악이 훨씬 따뜻해지고 풍성해지는 사람. 우리가 꿈꾸는 앙상블 연주란 바로 그런 것이다.

 

 

고유미

대한민국예술신문 예술교육이사

덕원예술고등학교 피아노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연세대학교 피아노반주과 석사 최고점 입학, 졸업.

클래식앙상블 엠 이라는 반주전문단체 대표로 있으며 기악반주, 성악반주, 합창반주, 뮤지컬반주 등 활동영역이 넓으며 전문연주자들과 협업하며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