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멈추지 말고 끝까지 나아가라
‘당신의 삶을 위해, 당신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요?’
누군가가 던진 질문에 찬찬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귀한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으로 며칠이란 시간을 집중하며 보낸다.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고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요즘 들어 정체기에 머문 듯이 하는 일마다 더디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기분에 힘들다는 내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철학적 사유를 좋아하는 분이라 덕분에 나 또한 깊은 사고의 숲으로 향하게 된다. 그를 위해 준비한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 30이다. 이 곡은 슈트라우스가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 소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영감을 받아 1896년 작곡한 곡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도입부에 사용되어 우리에게도 가깝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1864년 태어난 독일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다. 당시 유명한 뮌헨 궁정악단의 호른 주자인 아버지와 양조업자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다. 아버지 덕분에 일찍 음악을 접하고 6살 때 작곡을 할 정도로 신동이었던 그는 10살에 왕립 루드비히 김나지움에 입학하고 11살 때부터 뮌헨 궁정 오페라 관현악단의 단원들과 지휘자로부터 음악이론과 관현악 편곡법 등을 배웠다. 아버지가 결성한 소규모 관현악단을 지휘하기도 하며 1883년부터는 베를린에서 당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인 한스 폰 뷜로의 보조 지휘자로 일했다. 슈트라우스는 1885년에 뷜로의 후임으로 마이닝엔 궁정극장 음악 감독 직책을 맡게 되는 등 독일 후기 낭만파 음악 황금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음악가이자 관현악법의 대가로 명성이 높았다.
니체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차라투스트라는 기원전 6세기경 조로아스터교를 창시한 고대 페르시아의 현자 조로아스터이다. 그가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하고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 너희는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라며 질문했다. 니체는 우리가 모두 자신을 넘어서는 인간, 즉 ‘위버멘쉬(초인)’가 되기를 바랐다.
위버멘쉬는 독일어로 위버(초월하는)와 멘쉬(인간)의 합성어로 건강한 인간에 대한 대명사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을 스스로 뛰어넘고 주어진 모든 고통과 상황을 의지로 극복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이를 말한다.
이 곡은 총 9개의 부분으로 자유로운 형식에 각각의 표제를 지닌 독립된 단악장의 관현악곡, 즉 교향시이다. 9개 장의 이름은 니체의 저서에 있는 장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순서는 ‘프리드리히 니체를 자유롭게 따른’의 부제에 맞게 재배열되어 있다.
I.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Einleitung
II. 세계 너머의 세계를 믿는 자들에 대하여 Von den Hinterweltlern (제1부 3절)
III.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Von der großen Sehnsucht (제3부 14절)
IV. 환희와 열정에 대해서 Von den Freuden und Leidenschaften (제1부 5절)
V. 무덤의 노래 Das Grablied (제2부 11절)
VI. 학문에 대하여 Von der Wissenschaft (제4부 15절)
VII. 치유되고 있는 자 Der Genesende (제3부 13절)
VIII. 춤의 노래 Das Tanzlied (제2부 10절)
IX. 밤 산책자의 노래 Nachtwandlerlied (제4부 19절)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철학을 그대로 해설하듯 문장을 음악으로 옮기기보단, 그가 던진 문제를 소리의 향연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설명보다는 사유를 요구한다.
‘무엇을 묻고, 어떻게 답하는가? 아니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 곡의 핵심인듯하다. 작곡가는 경외, 냉소, 도취, 고독을 장면처럼 배치하고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고 변형되는 과정을 청중에게 맡긴다. 6번째 ‘학문에 대하여’는 엄숙하고 집요한 푸가와 즐거움과 열정의 왈츠가 서로 부딪친다. 이 대비는 니체의 문장 ‘생이여, 한 번 더’라는 의미처럼 다가오는 듯하다는 그는 자신의 이성과 감정이 충돌한 현실이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8번째 ‘춤의 노래’는 승리의 환희가 아니라, 살다 보면 느끼게 되는 긍정적 즐거움을 표현하는 듯하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9번째 ‘밤 산책자의 노래’는 ‘이 기쁨은 무엇을 대가로 삼았는가?’라는 질문이 내면으로 이어진다며 잠시 생각에 머무르는 듯 보인다.
슈트라우스의 곡은 설교하는 대신 풍부한 금관의 소리와 화려한 현의 글리산도,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호흡 등으로 음향이 지닌 생동감이 우리에게 살아 숨 쉬는 듯한 강렬함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그 활력은 어디에서 오며, 어떻게 유지되는가?’
이 곡의 마지막 부분은 C장조의 명쾌함과 B음의 의심스러운 느낌이 함께한다. 서로 화해하지 못하는 마지막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긍정에 대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지혜가 잔향으로 남는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단 한 걸음조차 내딛기가 힘겨워진 그의 길 위에서 우리는 함께 음악을 들으며 깨우친다. 고통을 배움으로 삼고, 무너지지 않는 내면의 힘을 키워가는 시간을 말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멈추지 말고 끝까지 가보라.’라는 의미를 전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곡을 들으며 음악이 주는 지혜를 선물하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은 의미 없는 방황이 아니라, 반드시 지나야 했던 과정이었음을...’
나는 철학적 음악을 쓰려는 것이 아니고, 니체의 위대한 저작을 음악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음악으로 인류의 기원과 발전의 여러 양상을, 니체의 ‘초인’이라는 관념에 이르기까지를 전하려고 했을 뿐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최영민 작가
[학력]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경력]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시상]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