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고래가 넘실대고 사냥꾼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던 7,000년 전의 시간이 2026년의 오늘과 마주했다. 지난 2025년 7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회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대한민국 울주의 ‘반구천 일원의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정식 등재하며 그 압도적인 가치를 전 세계에 공표했다. 25년 전, 마모와 침수를 걱정하며 험난한 길을 헤쳐 찾아가야 했던 그곳은 이제 인류 공통의 자산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엎드린 거북을 닮은 바위 절벽 위에 새겨진 300여 점의 그림들 (북방긴수염고래부터 혹등고래에 이르기까지)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선사시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사투를 벌였던 삶의 현장이자 간절한 기도의 흔적이다. 오랜 세월 사연댐의 물결 아래 잠겨 눈물지었던 반구대 암각화가 어떻게 우리 곁으로 돌아와 다시 빛나게 되었는지, 그 경이로운 풍경과 역사를 풀어보고자 한다. '반구대盤龜臺)'는 천이 흐르는 주변에 바위가 마치 엎드려 있는 거북이 모습같다는 의미로 반구(盤龜), 그리고 높은 바위절벽이란 의미에 대(臺)로 '반구대'라고 한다. 그 넓은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 바위에 신석기 후기, 청동기 초기에 해양동물을 비롯
현대 미술의 흐름이 화려한 기교와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는 시대, 역설적으로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흑연’과 ‘흙’을 통해 시간의 본질을 묻는 작가가 있다. 세종대학교 미술대학을 기반으로 북미와 남미,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권순익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 탄광의 기억, 흑연의 생명력으로 피어나다권순익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는 그의 고향, 경북 문경의 탄광촌에 있다. 어린 시절 목도했던 어둠 속의 은은한 광택은 작가에게 지워지지 않는 미학적 원형이 되었다. 그는 연필심의 재료인 흑연을 통해 목탄보다 정돈되고, 먹보다 깊이 있게 빛을 머금은 독특한 마티에르(Matière)를 창조한다. 그의 작업 방식은 철저히 ‘수행’의 과정을 따른다. 캔버스 위에 밑칠을 한 뒤 아크릴 물감과 흙을 섞어 켜켜이 쌓아 올린다. 층층이 쌓인 마티에르가 오랜 시간을 견디며 완전히 마르고 나면, 비로소 흑연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수만 번 문지르고 또 문지르는 반복적 행위는 도예 장인에게 전수받은 ‘상감기법(Inlay Technique)’의 현대적 변용이자, 작가 자신을 비워내는 무아(無我)의 과정이다. ◇ 추상으로 나아간 본질, ‘희생’을 통해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조림 수프와 대중매체 속 영화배우의 얼굴이 과연 예술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팝아트는, 대량생산과 소비가 일상이 된 20세기 산업사회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적 이미지들을 미술관이라는 공간으로 옮겨 놓으며 예술과 대중문화, 고급문화와 소비사회의 경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만든다. 당시 대중적인 여러 가지 스프의 캔도 있지만, 우리가 현재에도 일상적으로 인테리어 데코리이션으로 많이 봤던 유명 미국 배우인 마를린 먼로를 다양한 색으로 표현한, 작가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내 만든 작품이다. 우리는 이것을 팝아트(Pop Art)라 하는데, 1950년대 중반 영국에서 출발하여 1950년대 말, 미국에 유행한 미술의 한 분야이다. 광고, 상표, 만화, 영화, 사진 등의 대중적 이미지를 한번 더 보기 위한 재현이다. 또한 시사성과 단순한 감각적 오락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팝아트는 기존 엘리트 문화에 반대하는 대중적인 디자인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마치 인스턴트 음식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든 캔처럼, 일반적인 대중문화가 고상한 갤러리에 전시되는 미술 작품이 된다는 것 자체로 당시로는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