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클래식>저자 최영민은 클래식 음악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는 글을 써왔다. 그렇게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좋은 음악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아름다운 선율일 수도 있고, 잊고 있던 기억일 수도 있다.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 하나일 수도 있다. 26년 8월 2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 ‘이육사 시노래 축제 - 강철무지개’ 공연. 한 시인의 삶과 문학이 8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오늘의 작곡가와 연주자를 만나고 다시 우리의 마음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보았기에, 궁금했던 질문의 잔잔한 대답과 그날의 감동을 이 글에 담고 싶었다. '한 사람의 삶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이름일 수도 있고, 사진일 수도 있다. 역사책에 남은 몇 줄의 기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 한 사람의 삶은 문장이 되어 남는다. 그리고 그 문장이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를 만나 노래가 될 때, 한 사람의 삶은 새로운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육사가 그렇다. 그는 일제강점기라는 가장 어두운 시대를 살았고, 독립운동가였으며 시인이었다. 그러나 이육사를 ‘저항시인’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만 기억하는 순간, 그의
20대 한국인 팀파니스트 손민규(Mingyu Son)가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이 경쟁한 국제 공개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과하며 미국 Colorado Symphony Orchestra의 Principal Timpanist(수석 팀파니스트)로 공식 선발되었다.이번 선발은 이름과 국적, 학력, 경력 등 모든 정보를 배제한 채 오직 연주만으로 평가하는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진행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한 전문 연주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손민규는 최종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프로 오케스트라의 수석 팀파니스트라는 중책을 맡게 된 손민규. 오는 9월 공식 시즌 개막과 함께 그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시작으로 Colorado Symphony의 새로운 음악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100년 역사를 지닌 미국 대표 오케스트라의 핵심 리더 Colorado Symphony Orchestra는 1922년 창단되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다. 100년이 넘는 전통 속에서 정기연주회와 교육 프로그램, 세계적인 협연자 및 지휘자들과의 공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세계적인 야외 공연장
시와 음악, 서로의 언어를 만나다.'시는 노래한다' 2회 창작곡 연주회 장진명대표를 만나다 대구는 음악과 문학이 함께 성장해 온 도시다. 근대문화의 출발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그 전통을 오늘의 창작으로 이어가기 위한 공연이 있다. 오는 7월 21일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에서 열리는 '시는 노래한다'는 지역 시인과 신진 작곡가들이 함께 만드는 창작곡 연주회다. 시인의 언어는 작곡가의 선율을 만나고,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관객과 만난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공연을 준비한 장진명 대표를 만나 음악과 시를 함께하게 된 이유, 그리고 이번 공연에 담고 있는 생각을 들어보았다. 음악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고, 시를 통해 또 다른 치유를 만났습니다 장진명 대표의 첫 전공은 음악이 아니었다. 보험·금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그는 이후 음악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성악과 지휘를 전공하면서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을 자신의 삶으로 경험했다고 말한다. "성악을 공부하면서 건강이 빠르게 회복됐고, 지휘를 공부하면서 그 회복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음악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며 위로와 힘을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래와 함께했을까. 글. 최영민 대한민국예술신문 이사 대한민국예술신문 대구 지사장 2026 대한민국예술신문 대구지사 전국동요콩쿨이 6월 27일, 대구 청소년수련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4,5세 유아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많은 아이들이 아침부터 콩쿨을 위해 분주하게 하루를 열었을 것이다. 수없이 가사를 외우고, 음정을 맞추고,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하며 표정과 몸짓까지 연습했을 모습들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작은 실수에 속상해하기도 했을 것이고, 다시 용기를 내어 처음부터 노래를 불러보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무대에 선 아이들의 눈빛 속에는 그 모든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침내 6월 27일 대회 당일. 조명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무대 위에 선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와 선생님의 마음은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떨렸을 것이다. 마치 자신이 무대에 오른 것처럼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가슴을 졸인다. 기특하면서도 안쓰럽고, 혹시 실수로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그 마음속에는 아이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깊은 공감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
6월의 어느 날,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들의 기대는 막이 오르기 전의 침묵과 함께 잔잔히 겹쳐졌다.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저자 최영민은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 '로비 톡톡' 특강에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성악과 이병삼 교수를 만나 오페라를 통한 모차르트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연 후 그는 한 예술가가 인생을 견디며 노래를 지켜온 시간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의 환호, 깊은 상실, 그리고 다시 노래하기까지. 대구가톨릭대학교 이병삼 교수는 예술가의 길을 '재능'보다 '인내'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는 오늘도 후학들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구두는 찢어져 있는가?' 운명처럼 찾아온 성악의 길어린 시절의 이병삼 교수는 언제나 노래하는 아이였다. 음악을 듣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웠고,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교회 성가대와 학교 합창단 활동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음악은 어디까지나 삶을 아름답게 채우는 배경음악에 가까웠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찾아왔다. 당시 음악 선생님은 그의 목소리를 유심히 들은 뒤 '성악을 해야 할 목소리
'동요는 아이들의 마음에 심는 희망의 씨앗입니다' 300여 곡의 동요와 100여 곡의 가곡으로 써 내려간 아름다운 음악 인생 한 시대의 동요는 그 시대 어린이들의 정서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순수한 동심과 따뜻한 삶의 가치를 노래하며 수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을 심어준 작곡가가 있다. 바로 동요 작곡가 김애경이다. 1993년 제11회 MBC창작동요제 발표곡 「눈 내린 마을」을 시작으로 300여 곡이 넘는 동요와 100여 곡의 가곡을 발표해 온 김애경 작곡가는 우리나라 창작동요 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얻은 경험을 작품에 담아내면서 동요가 지닌 교육적 가치와 예술성을 동시에 확장시켜 왔다. 그의 음악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단연 ‘동심’이다. 어린이를 향한 깊은 사랑과 교육자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사명감이 수많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어머니의 마음에서 시작된 동요 창작 김애경 작곡가가 동요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MBC 창작동요제에서 발표된 「노을」, 「새싹들이다」 등의 노래를 들으며 ‘내 아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주고 싶다
[시작하며] 세계 예술의 심장이자 치열한 콘크리트 정글인 뉴욕, 그중에서도 소호(Soho)의 차가운 거리를 걷는 한 동양인 여성이 있다. 무거운 대본 가방을 메고 끊임없는 오디션과 거절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이하면서도, 그의 눈빛만큼은 정글의 그 어떤 불빛보다 매섭고 단단하다. 미국 페이스 대학교 연기과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입학해 화제를 모으고, 졸업과 동시에 오프브로드웨이 무대 주역을 꿰찬 신인 배우 김채연의 이야기다. 그의 이력은 흥미로운 변주곡과 같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악보라는 엄격한 규칙 안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던 소녀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마주한 뮤지컬 무대에 매료되어 인생의 트랙을 완전히 바꿨다. 건반이라는 매개체를 내려놓고 ‘나 자신’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로 삼아 독백을 읊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 자신을 선택해 주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이방인 배우에 머무르지 않았다. 아시안 아티스트들을 향한 현지의 장벽을 마주했을 때, 그는 낙담하는 대신 직접 마이크를 쥐고 무대를 까는 ‘기획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뉴욕과 LA를 오가며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기획 영역까지 자신의 영토를 당차게 확장해 나가고 있는 멀티 플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저자 최영민은 독일시를 전공한 나성인 선생을 만나 슈베르트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했다. 그리움과 방랑, 그리고 인간의 깊이—슈베르트를 다시 읽다 ‘가곡의 왕’이라는 익숙한 수식은 때로 한 작곡가의 본질을 가리는 가장 간결한 오해가 된다. 프란츠 슈베르트를 둘러싼 대중적 이미지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슈베르트는 단지 서정적 가곡 작곡가가 아니라, 시대와 인간의 내면을 관통한 거대한 음악적 사상가였다. 인터뷰이는 슈베르트를 '오스트리아적 교향 세계를 창시한 인물'로 규정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서도 결코 그 그림자에 종속되지 않았던 그는, 이후 안톤 브루크너와 구스타프 말러로 이어지는 음악사적 계보를 여는 전환점에 서 있었다. 이는 단순한 장르 확장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존재의 균열’을 음악으로 사유한 첫 사례 중 하나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700곡의 침묵”—무명 속에서 완성된 예술가 슈베르트의 생애는 천재성보다 ‘지속’의 서사에 가깝다. 첫 출판작이 나오기까지 10년, 그 사이 이미 700곡 이상의 작품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예술가의 본질을 다시 묻게 만든다
어떤 연주는 기술을 넘어 삶의 서사를 담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의 음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음의 재현이 아니라 무너짐과 회복, 그리고 다시 살아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네 살 때 피아노로 음악에 입문했고,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처음 잡은 바이올린은 곧 그의 삶을 이끄는 언어가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기를 보낸 그는 일찍이 남다른 음악적 감수성을 드러냈다. 일곱 살, 노스캐롤라이나에서의 한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베토벤 협주곡 연주 전 프리 콘서트에서 ‘바흐 파르티타 3번’을 연주한 어린 임현재의 선율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에네스는 같은 곡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화답했다. 음악이 언어를 넘어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일찍부터 ‘연주자의 길’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 음악은 쟁취해야 할 목표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삶의 일부였다. 전환점은 고등학교 3학년, 처음 출전한 ‘싱가포르 국제콩쿠르’였다. 수상이라는 결과도 좋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의 확신이었다."이 길이 나의 길이구나."그때 비로소 그는 연주자의 삶을 선택했다. 2020년 5월, 커티스 음대 졸업을 앞두고
포항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원익국내 시립합창단 지휘자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면서도, 유럽 정통 합창의 깊이를 체화한 지휘자 최원익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성악가에서 지휘자로, 다시 한국에서 독일로 이어졌던 그의 음악적 여정은 이제 포항의 넓은 바다를 품고 새로운 합창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6년 4월 14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대구 콘서트 하우스 연주를 앞둔 그를 만나 음악 철학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성악가에서 지휘자로, ‘운명적 선택’이 이끈 길어릴 적 피아노 선율과 함께 자란 최원익 지휘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목소리의 본질을 탐구했다. 졸업 후 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찾아온 변화는 선배들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 선택은 성악가 최원익을 지휘자 최원익으로 변모시킨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독일 유학, 거장 빈프리트 톨과의 만남늦은 나이에 결심한 유학길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연령 제한이라는 벽에 부딪혔으나 실력으로 당당히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 합격했다. 그곳에서 만난 빈프리트 톨(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