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세상은 한 가지 길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되내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얼마 전 수능을 친 딸, 기대보다 낮은 점수에 속상해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괴로움이란 한 단어에 담기에는 어려울 정도이다.

 

딸은 유치원 시절부터 변함없이 품어온 꿈이 있다.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은 한순간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은 듯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 역시도 실패자가 되는 듯하였다.

 

지금 걱정으로 가득 찬 그녀의 마음으로는 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며, 오늘 만남의 이유에 대하여 절실히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와 함께 음악을 듣는다. 바로 하이든 (Haydn) <첼로 협주곡 1번 (Cello Concerto No.1 C major Hob. VIIb:1)>이다.

 

이 곡은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 악단에서 막 활동을 시작하던 시절에 작곡되었다. 악단의 책임자로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만 하는 힘든 조건이었지만, 그의 음악적 꿈을 실현할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궁정 악장이 된 하이든은 오케스트라를 확장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교향곡과 더불어 여러 협주곡을 남길 당시, 궁정 악단의 첼로 주자였던 요제프 프란츠 바이글을 위해 작곡되었다. 이제껏 상상만 해왔던 것들을 드디어 실현해줄 수 있는 악단 단원들은 하이든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곡은 한동안 하이든의 작품 목록에만 남아있을 뿐, 그 악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1961년 어느 날, 프라하 국립 박물관에서 일하던 풀케르트가 하이든 시대의 필사 파트보를 발견하였다. 쾰른의 하이든 연구소 학술 주임 G. 페더에 의해 사용된 종이의 무늬를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결국 하이든의 악보임이 밝혀졌다.

 

그런 사연이 있는 이 악보는 200년만에 세상으로 돌아와 빛을 보게 되었고, 작품 목록 속 비어있던 한 부분을 채우게 되었다. 이 곡은 1962년 5월 19일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서 미로슈 사드로의 첼로와 찰스 마케라스가 지휘하는 체코슬로바키아 방송교향악단이 연주한 후 수많은 첼리스트의 대표적인 협주곡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다.

 

1악장 모데라토는 솔로와 투티(Tutti)를 날카롭게 대비시키는 서법에서 리토르넬로 형식의 흔적이 뚜렷하고 단조로운 반주음형이 바로크의 영향을 보여주는 등, 전고전파와 바로크를 융합해 가는 하이든 초기 음악의 모습이 보인다.

 

2악장 아다지오는 평온한 서정적인 악장이다. 독주 첼로의 우아한 선율의 아름다움은 짙은 우수가 깃든 첼로의 독백처럼 함께한다. 조용히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악장으로 그녀는 반복해서 듣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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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알레그로 몰토는 경쾌하다. 간결하게 연주되는 투티(Tutti)후 첼로가 등장하여 고도의 기교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첼로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곡에 하이든은 첼로의 음역 전체를 골고루 활용하면서도, 선율과 리듬의 형태를 악기의 특성에 맞게 조화롭게 구성했다. 첼로 독주 부분에서는 빠르게 반복되는 음, 매우 높은 음역, 빠른 음역 대비 등이 자주 등장하여 첼로의 기술적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첼로가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딸이 꿈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첼로의 선율 위에 얹어 노래한다.

 

악보의 부재로 알려지지 않았던 오랜 시간 후,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게 된 이 곡을 딸에게도 들려주고 싶다며 말로 할 수 없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 한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원하는 소망은 언젠가 이루어진다’라는 진리를 이 음악은 조용히 일러주었다.

 

영국의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는 이 곡을 ‘가장 위대한 고전주의 첼로 협주곡’이라고 칭했다. 비르투오소적인 기교 뿐만 아니라 서정적인 선율, 그리고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조화로운 대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관현악과 독주 악기의 균형 잡힌 대화는 하이든 협주곡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을 들으며 삶이 조화롭고 균형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될 힘든 재수라는 시간을 지나, 진정 원하는 자신의 꿈을 향해 화려하게 날갯짓할 딸을 상상한다. 곡을 들으며 기도하는 엄마와 함께 음악의 힘을 느끼는 하루였다.

 

기억하라, 삶의 의미는 이미 정해진 무엇이 아니라, 당신이 행동하는 순간에 생겨난다.

-위버멘쉬 中-

 


 

최영민 작가

 

[학력]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경력]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시상]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