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2월 24일부터 26년 1월 4일까지 수성못 일원에서 수성빛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이 축제는 밤밤곡곡 100선에 이름을 올린 대구의 대표적 겨울 축제이다. 제7회 수성빛예술제 김광수 총감독을 만나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축제를 즐겨보자.

Q. 총감독님 반갑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제7회 수성빛예술제 총감독 김광수입니다.
저는 조명과 빛을 기반으로 한 조형예술과 공간 연출을 작업해 왔습니다. 특히 예술이 특정 전문가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삶과 공공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방식에 관심이 큽니다. 저에게 수성빛예술제는 ‘축제의 조명연출’이라기 보다,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만들며 성장하는 ‘빛 예술의 장‘입니다.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제1~6회 수성빛예술제 기획연출 참여
*제3~4회 해운대빛축제 디자인기획 총괄
*대가야 야간경관 명소화 사업 자문위원
*문화유산야행 및 공공시설 야간경관 기획연출
Q. 빛 예술제를 주관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말씀해주세요.
A. 화려한 개막식의 점등보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학생들과 강사들이 처음으로 불을 켜보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지를 하나하나 붙여가며 즐거워하던 순간, 그리고 한지로 만든 구조물이 빛을 머금는 그 짧은 순간 말이죠. “이게 정말 우리가 만든 거예요?”라고 말하던 표정에는 완성에 대한 기쁨을 넘어, 스스로 창작자가 되었다는 놀라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 장면을 만날 때마다 수성빛예술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Q. 빛 예술제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저는 지난 7년간 시민들과 어떤 빛예술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전통 재료인 한지를 통해 참여형 빛예술이 한 단계 발전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수성빛예술제의 작품은 어디서나 재현되는 일반적인 조형물이 아니라 수성구 지역의 작가, 학생, 주민의 손으로 만들어져 수성못에서만 성립하는 ’장소특정적 예술‘이 되었습니다. 수성빛예술제가 시민들에게 하나의 겨울 축제로 남기보다, 함께 만들어낸 빛의 예술적 담론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Q. 25년 축제의 주제와 감독님의 예술관을 들려주세요.
A. 2025년 수성빛예술제의 주제는 ’수성, 빛의 생명들’입니다. 이 주제는 ‘수성못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바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특정한 이미지를 미리 제시하기보다, 빛과 사람 그리고 장소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생성되는 과정에서 ‘생명’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수성못의 환경에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공공예술을 규모나 산업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공공장소에서 어떤 예술적 담론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성빛예술제는 더 밝고 화려한 연출을 경쟁하기보다, 수성못이라는 장소에서 빛과 예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 온 예술제입니다.
사실 이러한 방향의 출발에는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조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분명해진 것이 있습니다. 예술은 결국 돈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평범한 종이 위의 그림이 금보다 큰 가치를 지닐 수 있고, 낡은 기타 하나와 한 사람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주민 참여’라는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 주었고 특히 전통 재료인 한지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지는 빛을 담아내는 재료이자, 사람의 손과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매체입니다. 전통 재료로써 아날로그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죠.
최근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현대적 감각과 결합하며 세계적인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전통 한지를 주민 참여 과정과 결합하는 시도는 의미 있는 실험이라 생각했습니다. 유럽의 여러 공공예술 축제에서 보아온 주민 참여 방식처럼 이번 수성빛예술제의 빛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 특별한 공동의 창작 행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수성빛예술제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예술적 의미가 되었습니다.
지금 저에게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수준 높은 도구입니다. 놀이처럼 시작해도 좋고, 취미처럼 일상에 스며들어도 괜찮습니다. 예술이 익숙해지고 서로의 언어가 되어 나눠질 때, 작가와 관람객은 더욱 수준 높은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이어지는 다음 예술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A. 앞으로의 수성빛예술제는 사업 규모의 확장보다는 더욱 참여의 의미가 깊어지는 예술제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참여의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교육과 기록 그리고 예술제가 끝난 이후까지 이어지는 예술의 사회적 구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주민들이 아마추어 예술가로 참여하고, 청년 전문예술인들이 교육하며 수성구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경제적,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수성빛예술제는 지역 문화의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광수 총감독과의 대화를 이어가며 빛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의 삶에서 빛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대답 속에 축제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빛은 나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드러나게 하는 존재라고... 빛은 예술적 형태를 직접 만들기보다 작품의 명암, 공간의 색감과 분위기 그리고 시간의 흐름 등 보이지 않는 것을 재해석한다.
수성빛예술제는 밤을 밝히는 빛이기보다, 예술을 마주하는 관람객의 마음을 비추는 역할이 되길 바라는 총감독의 바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축제이다.
25년 한 해 동안, 자신이 빛나기보다 당신이 빛날 수 있게 수고해준 고마운 누군가가 떠오르시나요? 사랑하는 사람, 감사한 분과 함께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수성빛예술제를 전한다.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