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의 마음 클래식

모차르트 –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같을 것이다. 사랑의 표현이 각자 다를 뿐….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이걸 해야 네가 더 잘될 수 있어’라는 아이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한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6개월 전 그날도 오늘처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첫 만남은 오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세상과 조화로움보다는 나만의 울타리가 너무나 높게 만들어진, 어쩌면 외로운 사람이라는 마음마저도…. 그러나 꾸준한 상담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생각으로 그녀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하죠’, ‘아들을 믿어요’라는 말로 사랑을 표현하게 된 그녀.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어머니는 아들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뒷받침해주고 최고로 키우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금쪽같은 아들과 소통이 되지 않고 어긋나버린 마음에 속상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함께 들었던 음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을 그녀는 한 번 더 듣길 원한다. 그 곡은 바로 모차르트의 <Violin Sonata E minor K. 304>이다.

 

모차르트 아버지 레오폴트는 아들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했다. 일찍부터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음악교육 전문가로서 모든 것을 주도해나갔다. 그러나 성장한 후에도 계속해서 아버지 뜻대로 아들의 장래를 결정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미 세상의 모든 음악을 섭렵한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말씀도, 잘츠부르크 작은 마을도 답답하기만 했다.

 

1777년 모차르트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장기간 연주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가 동행하지 않은 첫 번째 여행이기에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연주 계획을 이야기했고, 이로 인해 아버지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부자간에 나눈 편지에는 아버지의 조언이 빠지지 않았다. ‘낯선 이들을 믿지 마라’, ‘훌륭한 사람들과 사귀어라’, ‘점잖게 행동해라’

 

파리 연주 여행에서 모차르트는 음악적 활동을 혼자서 이끌어나가느라 어머니를 잘 챙기지 못한 탓이었을까? 갑자기 어머니 안나 마리아가 앓아누웠고, 온종일 고열에 시달리다 병세가 악화하여 위독한 상황에 이르렀다. 사흘 동안 혼수상태에서 헤매다 숨을 거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모차르트.

 

아버지가 파리로 온다 해도 열흘이 걸리고 빚도 많아 경제적인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으로 그는 어머니의 병환을 아버지에게 미리 알리지 못했다. 걱정만 끼칠 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서이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충격을 받은 그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듯 1778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 곡을 작곡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곡으로 긴장감과 어둠을 표현하고 있다. 두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에서 1악장 Allegro는 진지한 내면의 갈등을 모차르트만의 섬세함으로 표현하고, 2악장 Tempo di Menuetto는 간결하면서도 내밀한 감정을 담고 있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여 우수를 머금은 바이올린의 선율이 슬픔을 조화롭고 아름답게 노래한다.

 

오늘의 곡을 추천한 그녀는 모차르트의 절제된 감정과 쓸쓸하고 고요한 빛을 노래하는 2악장에서 본인의 감정표현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소리치고 감정에 호소하며 엄마의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던 그녀였다. ‘너는 이렇게 해야 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라며 아이를 위한 말들이 사실은 자신의 희망 사항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부모로서 아이가 꽃길만 걷길 바랐다. 마주할 장애물은 미리 알아서 치워주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했다며 지난 날을 돌이켜본다. 살다 보면 자갈길도 만나고 계곡도 건너며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아니, 알았더라도 내 아이만큼은 힘들지 않고 탄탄대로로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어’라는 믿음을 아이에게 전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오늘이 참 좋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본다. 아들의 성공을 바랬던 아버지 레오폴트의 마음도 그랬을까? ‘넌 공부만 해. 나머지는 엄마가 다 해결해 줄게, 그래야 빨리 성공할 수 있어’라며 일상의 기본적인 것부터 직접 나서서 해주었던 일들이 부모로의 의무이자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마치 레오폴트처럼 말이다.

 

레오폴트는 아내의 죽음에 아들 탓을 했다. 모차르트가 의사를 너무 늦게 부르는 바람에 비극이 일어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이야기를 나눌 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아들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자신의 뒷바라지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 아들의 인생이 잘못되면 나의 인생도 잘못되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는 그녀. 만약 모차르트가 옆에 있다면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을 듯하다고 한다.

 

자식을 믿어주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것이 왜 이리 힘들었는지 돌아보며 조금은 성숙해진 모습에 아들도 엄마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엄마라는 이름이지만 어른으로 많이 부족했다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지’가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이 있길 바라는’ 초연하게 기도하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음악들에 감사를 전한다.

 

 

 


 

 

최영민 작가

 

[학력]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경력]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시상]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