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대구는 다시 한번 ‘목소리의 도시’로 숨을 쉰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합창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봄의 합창’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시민의 삶과 정서를 관통하는 집단적 예술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축제는 4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하루 평균 약 250여 명의 시민이 무대에 오르며, 공연 마지막 무대에는 전 출연진이 함께하는 대규모 합창으로 마무리된다. 이 장면은 단순한 피날레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결들이 하나의 울림으로 수렴되는 ‘공동체적 순간’이라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합창,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확장되는 예술
합창은 독창과 달리 ‘나’의 표현을 ‘우리’의 울림 속에 위치시킨다. 한 사람의 음성은 불완전하지만, 서로 다른 음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완전한 음악이 된다. 이 구조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각자 고유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지만, 삶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합창은 그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예술이다.
장진명 사무국장이 언급했듯, 오늘날 시민들은 정치·경제적 불안 속에서 정서적 피로를 겪고 있다. 이때 합창은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감정의 정화와 회복을 돕는 심리적 장치로 작용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타인의 소리를 듣는 경험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경청’과 ‘공존’의 감각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창작과 계승, 다음 세대를 잇는 음악적 실험
이번 축제에서 주목할 점은 ‘창작’이다.
지난해에 이어 지역의 차세대 작곡가들과 협업하여 약 20곡의 창작곡이 초연된다. 이는 단순한 레퍼토리 확장을 넘어, 합창 음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시도다.
합창은 전통적으로 기존 작품을 해석하는 장르로 인식되기 쉽지만, 새로운 곡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예술로 기능한다.
특히 지역 기반의 창작은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적 서사를 음악으로 기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대구가 ‘근대문화의 시초지’이자 ‘현대예술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창작 초연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선언에 가깝다.
배움과 전문성, 합창의 또 다른 축
이번 행사에서는 공연뿐 아니라 합창 지휘 전문인을 위한 세미나도 함께 진행된다. 이는 합창이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체계적인 훈련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예술 장르임을 보여준다.
지휘자는 단순히 박자를 맞추는 존재가 아니라, 수십에서 수백 명의 호흡과 감정을 하나의 구조로 조직하는 ‘해석자’이자 ‘조율자’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지역 합창 문화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함께 부른다’는 것의 의미
이 축제의 본질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왜 우리는 함께 노래하는가?”
그 답은 기술이나 완성도에 있지 않다.
함께 부르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각자의 삶이 고립되어 있지 않음을 느낀다.
마지막 무대에서 250명의 시민이 하나의 합창으로 연결되는 장면은, 단순한 음악적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공동체의 상징적 재현이다. 서로 다른 직업, 세대, 삶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화음 속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봄,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목소리
‘봄의 합창’은 계절적 의미를 넘어선다.
봄이란 결국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며, 얼어붙은 감정이 녹아 흐르는 시기다.
대구의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이 합창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호흡하는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사건이다.
그리고 그 울림은 무대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날의 화음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또 다른 삶의 리듬을 만들어낼 것이다.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저자 최영민이 바라보는 합창은?
함께 부른다는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
결국 합창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그 답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소리를 조율하며,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가는 것.
합창은 그 과정을 압축한 삶의 모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합창을 들을 때 감동한다.
음악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인간이 지향해야 할 관계의 형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26년 봄, 수많은 시민들이 한 무대에 올라 같은 노래를 부른다.
그 장면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선언이다.
함께 부른다는 것,
그것은 결국 함께 살아간다는 뜻임을.

장진명 (대구광역시합창연합회 사무국장)
· 영남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 Italia Accademia Musicale G.Donizetti
· Direzione Coro, Canto Lirico DIPLOMA
· 영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작곡과 지휘M.M 석사
· 영남대학교 음악학과 음악학실기(합창지휘) 박사과정수료
· 영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객원교수
· 대구경북교회음악지도자협회 이사
· SM코러스청라 보컬트레이너
· 프리마루체앙상블 지휘자
· 대구문인협회, 문장인문학회, 텃밭시인학교 동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