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피오트르 쿠프카는 독일과 폴란드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해온 음악가로, 깊이 있는 해석과 탁월한 반주 역량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독일 하노버와 뤼벡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최고 연주자 과정을, 에센 국립음대에서는 지휘 연주자 과정을 수료한 그는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실내악과 반주, 지휘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반주과 교수이자 한양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 반주 음악의 저변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신문은 반주의 본질과 교육,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삶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피오트르 쿠프카 교수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단순한 연주자 소개를 넘어, 반주 전공의 진로, 교육 철학, 한국 학생들과의 교감,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삶에 대한 솔직하고 따뜻한 통찰을 담고자 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피오트르 쿠프카는 독일 하노버와 뤼벡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한 후 에센 국립음대에서 지휘연주자과정을 즐업하였으며, 베른트 괴츠케, 칼 하인즈 캠머링,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 할리나 체르니-스테판스카. 브루노 레오나드로 겔 버, 클라우스 헬비히등의 거장들을 사사하였다.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 3위, 이태리 세니갈리아 국제 콩쿠르 3위, 이태리 제노바 국제 콩쿠르 1위, 독일 브레인 실내악 콩쿠르1위, 그리스 콘체르테움 국제 콩쿠르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였다. Chopin Association Warsaw (TIFC) 콩쿠르 1위와 함께 폴란드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등과 협연을 비롯하여, 폴란드 바르샤바 King's Palace, 스페인 Barcelona Palao de la Musica Catalana, 독일 Schloss Landestrost Neustadt, Schiler Theater Berin 등지에서 초청독주회 및 실내악 연주를 하였다.
지휘자 Ei Oue (Hannover), David de Viliers (Essen)교수를 사사하여, 하노버 심포니 오케스트라 , 보쿠머 심포니 커, 상트 페테르부르크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베르기쉐 심포니커, 하겐어 심포니커, 타이위엔 시립교향악단, 라동 체임버오케스트라 등 굴지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호평을 받았다.
2014년부터 매년 피아노 독주회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BK홈, 금호아트홀)를 비롯하여, 서울 아카데미 양상블, 매일 클래식과 마드리 실내악단 정기연주회의 지휘 및 솔리스트로 초청되어 서울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세종체임버홀, 영산아트홈), 부산, 대구, 광주, 인천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수원, 안성, 거제., 춘천, 안동, 목포, 고양 (아람누리), 부평, 여수등지에서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김화림, 송재광, 양승회, 정호진, 플루티스트 배종선, 소프라노 박미자, 박지현 신지화, 윤명자 등 수 많은 솔리스트와 함께 실내악 및 반주연주를 하였다.
독일 브레멘 국립음대 강사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의 피아니스트를 역임하였고, 2014년 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반주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2019년부터 한양대학교 반주과 객원교수도 역임하고 있다.
<국제 반주 교육과 한국 학생들>
1. 다양한 나라에서 반주 교육을 경험하셨을 텐데요. 한국 학생들만의 특징이나 강점은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제가 가르치던 학생과 함께 일했던 음악가들을 떠올려 보면, 한국에서는 일반화나 요약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한 문장으로 빠르고 쉽게 일반화하고 싶어 합니다. "드뷔시의 음악은 이러저러하다", "독일 음악은 이러저러하게 연주해야 한다"와 같이요. 저는 음악계에서만 이러한 경향을 발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종종 "일본인은 이러저러하다", "독일의 사고방식은 이러저러하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고, 모든 일반화는 지나친 단순화, 그리고 결과적으로 거짓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일반화를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몇몇 동료들이 "미국인들은 기교에만 관심이 있고 그들의 음악에는 깊이가 없다", "러시아인들은 너무 과격하고 그들의 음악에는 깊이가 없다", "아시아인들은 모든 것을 잘 모방하지만 그둘의 음악에 독창성과 깊이가 부족하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반화는 저에게는 편견일 뿐입니다.
동서양의 전반적인 차이점을 찾아볼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유럽 문화가 동양의 사고방식보다 개인주의라는 관념에 더 강하게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음악을 배울 때, 짧은 문장으로 그 작품(혹은 작곡가의 전체 작품)을 설명하려는 포괄적인 요소를 거의 찾지 않습니다. 대신, 각 작품을 그 자체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완전히 독특한 존재로 봅니다.
한국 음악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그 성공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한국 음악가들은 자부심을 갖고,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달리 자국의 음악적 롤모델을 찾을 수 있습니다.
2. 앞으로 한국의 반주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화여대에서는 "반주"라고 불리는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려고 노력합니다. 저희는 학생들이 반주자로서의 다양한 임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시킵니다.
가곡 반주, 합창 연습 반주,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 무대 리허설 반주는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성공적으로 반주하려면 다른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수업에서 연주하는 것은 다르고, 관객이 듣는 연주회를 준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옵니다.
저는 한국 젊은 반주자의 미래에 대한 해답은 유연성과 폭넓은 기본 지식이라는 핵심 단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습은 졸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되는 과정이라는 학생들의 인식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가수나 연주자와 협업할 때, 언어적 이해는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특히 가곡이나 오페라 대본의 가사를 깊이 이해하려면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외국어 시의 한국어 번역본은 때때로 매우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가들 간의 소통은 언어 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리허설 상황에서 대부분 말이 통합니다. 음악은 수학처럼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입니다. staccato, allegro, espressivo, mezzo forte와 같은 이탈리아어 표기법 또한 큰 도움이 됩니다.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표기법은 전 세계적으로 음악 소통의 틀을 형성하며, 한국의 모든 음악가가 이를 알아야 합니다.
<변화하는 반주의 세계>
1. 최근에는 반주의 역할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반주자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트렌드에 대한 질문은 항상 일반화의 시도를 수반합니다. 그리고 제가 일반화를 꺼린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죠.
피아노 파트가 항상 부차적인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솔리스트들이 오늘날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모든 반주자는 알아야 합니다.
요즘 독주회 포스터를 보면 피아노 반주곡으로 연주된다는 표시가 전혀 없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포스터에 솔로악기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지 않은 작곡가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야만 프로그램에 반주곡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추측 할 수 있습니다.
반주자의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연한 반주자는 리허설 상황에서 자신이 상대하는 솔리스트의 유형을 빠르게 파악하고 피아노 반주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적응합니다.
2. 좋은 반주자가 되려면 한국 학생들이 더 가져야 할 실력과 생각 또는 경험 등 어떤 게 필요할까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훌륭한 반주자는 솔리스트에게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뛰어난 청력, 빠른 반응 속도, 뛰어난 리듬감, 새로운 곡을 빠르게 배우는 능력, 유연성,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솔리스트의 비전에 종속시킬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만큼이나 반주자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친절함, 예의, 시간 엄수, 겸손함은 주요 수업에서 전달하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이 분야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반주자에게 필수적인 자질입니다.
<교수님의 경험과 개인적인 이야기>
1. 음악 외에 즐기시는 취미나 활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자연, 산, 숲,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깁니다.
저는 나무 하나하나의 형태, 또는 얼어붙은 생명처럼 보이는 화강암이나 대리석 무늬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것 역시 저에게는 하나의 예술 형태이며, 어쩌면 가장 위대한 예술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철학에도 관심이 많고 종교 경전, 특히 기독교 경전을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안타깝게도 특히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 경전을 오해하고, 잘못 해석하고, 심지어 고의로 오용하기도 합니다.
2. 예술가로서 슬럼프나 회의감을 겪은 적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악기든, 새로운 언어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언제나 엄청난 일입니다.
독일 속담에 "모든 시작은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너무 가파르고 높아 보이는 산처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의심은 도움이 되지 않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일이 너무 어려워서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상상할 수 있지만, 그 상상은 여전히 틀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첫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두 번째 발걸음을.
독일에서 "사람은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는 속담도 있고, "한 방울이 돌을 닳게 한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인생은 저에게 연습, 노력, 그리고 인내의 힘을 믿도록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제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경주에서 이기고 싶다면, 토끼처럼 되지 말고, 거북이처럼 되라!"
<반주자라는 삶과 현실>
1. 반주자로 살면서 ‘내가 정말 이 길을 잘 선택했구나’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17살에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최대한 다재다능한 음악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주로 반주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이유는 반주 요청을 많이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 의식적인 선택이나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삶이 저 대신에 결정했습니다.
저는 기악반주와 성악반주를 하지만, 때로는 피아노 독주도 하고, 가끔은 지휘도 합니다.
다양한 음악 활동과 그 활동이 주는 다양성을 즐깁니다.
음악음 저의 전공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연습하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과거에 힘들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가가 되기로 한 결정을 결코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2. 반대로, 반주자로서 가장 힘들거나 외로웠던 순간은요? 그걸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항상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입니다.
악보를 보고 연주하더라도, 복잡한 부분은 거의 외워서 연습하는데 암기 과정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새로운 배역을 암기하는 것은 배우나 오페라 가수에게도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음악적 해석을 찾고, 리허설을 하고,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것은 제 일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입니다.
3. 반주로도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반주 전공의 진로와 전망, 어떻게 보시나요?
음악가로서 살아남는 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저희는 좋은 연봉을 기대해서 음악을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그럴 거라면 법학이나 의학을 공부하는 게 낫겠죠.
저희가 음악을 공부하는 이유는 음악 자체가 아름답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적으로 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음악가로서 좋은 삶을 살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운이 필요하고, 이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반주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제 조언은 이렇습니다. 나중에 발전시킬 수 있는 폭넓은 지식 기반을 쌓고, 어떤 일이든 마지못해 하지 말고, 음악 분야의 아르바이트나 일자리 제안을 어떤 이유로도 거절하지 마세요. 저임금이나 무급일지라도, 또는 직장이 먼 곳이더라도 말입니다. 신입 음악가는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항상 친절하고, 유연하며, 넓은 마음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
『 “항상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고, 끊임없는 연구와 독창적 횡보를 하고있는 피아니스트 쿠프카 선생님은 인터뷰에서도 음악을 대하는 자세, 반주자의 마음가짐,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수직을 하면서도 학생들의 연주와 교육에도 신경쓰고있는 그는, 올 8월 30일 토요일 5시에 이화여대 중강당 홀에서 반주전공 연주자들로 구성된 <한국피아노앙상블협회> 정기연주회에 초청연주로 참여하게되어 반주자의 본보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
[대한민국예술신문 박요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