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 서로 다름이 만드는 하모니
‘꿈을 향해 나아가라’ 어릴 적부터 선생님과 어머니에게서 늘 들어오던 말, 그 꿈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나를 찾아온 어느 젊은이와 찻잔을 마주한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남달리 좋았던 모녀지간, 그녀의 삶의 멘토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학원을 경영하시면서도 따뜻한 엄마의 역할까지 완벽한, 그녀에겐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아! 나도 자라서 어머니처럼 살아야지’라고 다짐했던 적도 있었다.
차분하고 교양있는 말솜씨로 주위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계신 분이라 조금의 의심도 없이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런데 대학입시 원서를 쓰는 동안 그녀가 몰랐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평소에는 꿈을 위해 살라고 그토록 말씀하셨지만, 정작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사회에서 인정하는 안정된 직업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학교가 지원기준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딸이 앞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잘 살아가길 바라는 염원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어머니가 만들어온 울타리 안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동경하고 따라 하며, 당신이 원하는 시간을 보내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눈물을 흘린다.
감정에 기대어 호소하고 싶은 그녀와 함께 말없이 음악을 듣는다. 바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1840)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Sonata for Violin and Guitar Op. 3이다.
6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마지막 곡은 오래전 방영된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에 삽입된 곡으로 유명하다. 1782년 파가니니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당시 홍역이 유행하고 있었고 그는 합병증으로 척수염을 앓았으나 조금씩 회복하였다. 병이 호전되는 동안 온종일 방 안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고, 유일한 장난감은 아버지의 악기인 만돌린과 기타였다. 그러한 환경으로 인해 5살이 되자, 어머니가 불러 주시는 노래를 연주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고, 바이올린도 배우게 되었다.
이후 그는 19세기 이탈리아가 낳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가 되었고 새로운 음색과 기교적 효과를 추구하는 화려한 연주 효과와 강렬한 표현성으로 음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후대 작곡가들(슈만과 리스트, 브람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 등,,,)은 파가니니의 작품을 자신들의 음악 어법으로 새롭게 표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소재로 삼았다.
1828년 파가니니가 빈에 갔을 때 슈베르트는 마술사와 같은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책을 팔아 입장권을 샀으며,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마치 얼이 나간 듯 ‘나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든가 아니면 미치고 말겠다’라고 감격했다. 이미 뛰어난 피아노 테크닉을 갖고 있었던 리스트가 더욱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에게 큰 영향을 준 파가니니는 넷째 현(G음)의 풍부한 가능성을 활용했고, 음정의 도약을 이용하여 스타카토와 2중 또는 4중 아르페지오를 사용하였다. 옥타브에 의한 트릴과 동일 화음에 의한 트릴을 보여주는가 하면 피치카토를 사용해서 기타의 흉내를 내기도 하고 플루트의 음색을 모방하기도 했다. 그는 그 자신만의 어려운 주법을 창안하고 연주해 비르투오소 바이올린 연주자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 뛰어난 기교와는 달리 이 곡은 아주 사랑스러운 대화를 연상할 만큼 다정하다. 6곡 모두 차분히 듣고 난 그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깊은 호흡과 함께 눈을 감는다. 다시 한번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연주도 뛰어났지만, 기타연주도 잘하나 봐요. 어릴 적 경험이 그만의 독특한 바이올린 주법을 표현하는 데 도움 준 것처럼 엄마도 저에게 그러했네요….”라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접는 듯 보인다.
기타는 줄을 뜯거나 튕기는 주법이다. 바이올린은 활로 현을 눌러 소리를 낸다. 기타와 바이올린은 서로 다르게 소리를 내지만,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 한다.
이 곡을 듣는 동안, 그녀는 어머니와 ‘다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곡의 작곡가와 제목을 메모한다.
며칠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와 화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며 밝은 목소리로 감사를 전한다.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를 멀리하게 된 시간을 다시 회복시켜준 음악에 감사를 전하며….
어머니가 설계해 준 ‘안전한 길’에서 벗어나 스스로 좌표를 찍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홀로서기에 고독은 바이올린의 선율과 기타의 반주가 함께하는 느낌이다. 자유는 홀로서기이고 홀로서기는 곧 고독이 뒤따른다. 독립을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그녀를 위해 따뜻한 위로를 이 곡과 함께 전한다.

최영민 작가
[학력]
경북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석사
대구한의대 치유과학과 박사(ABD)
[경력]
전 대구과학대학출강
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지부 심리위원
아카데미 예송 대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진행
[시상]
2024 대한민국 眞心예술대상 수상
[저서]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 (에듀래더 글로벌 출판사,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