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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한 창조자의 자세로 예술을 사랑하는 지휘자 이광호

겸손과 경탄으로 빚어낸 선율,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음악적 신념에 대하여

소란 없이 자신의 일을 다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위대함이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겉으로는 평온하되 내면에서는 매 순간 성장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보여주는 음악가가 있다. 이광호 지휘자가 그러하다. 그는 화려한 수사보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책임과 성실로 음악을 증명하고 있다.

 

온기를 느끼며 시작한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

음악을 좋아하는 가족들과 피아노 앞에 모여 ‘365 애창 가곡집’을 함께 화음 맞추던 기억은 그에게 음악은 가장 따뜻한 관계의 언어로 다가온다. 다섯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시절 ‘남자가 피아노를 친다’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바이올린으로 전향한 일화는 이제 그가 미소로 전하는 ‘웃픈’ 추억이 되었다.

 

 

‘부족하다’라는 고백에서 시작된 전환

그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에 교수로 임용되어 학교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게 되었다. ‘지휘의 경험이 있었지만,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것의 무게는 상당하더군요.’ 첫 연주를 마치고 연주 영상을 확인하던 순간,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보자’라고 결심한다. 안식년을 맞아 다시 미국으로 향한 이유다.

 

안식년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여름학기까지 꽉 채워 공부하며, 온전히 지휘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보낸 그는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지휘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지휘자의 시간

악보와 함께 스스로를 단련한 그는 귀국 이후 음악적 행보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객원지휘자로 초빙되었고, 작은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활동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20년에는 경산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임용되어 2년간 교향악단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을 ‘아직도 많이 발전해야 할 지휘자’라고 말한다. 그 겸손함은 단지 예의의 언어가 아니라, 음악가로서 스스로에게 부과한 기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순간으로 경산시향의 창단 연주회를 꼽는다. 창단 연주라는 의미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시기 여러 차례 연기 끝에 마침내 무대가 성사된 날이었다. 단원도, 지휘자도 연주에 목말라 있던 시간을 떠올린다. ‘연주 전 튜닝을 위한 ‘오보에의 A 소리를 듣는데 참 행복했어요.’라는 고백이 있었다. 음악의 환희는 종종 화려한 피날레가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작의 음’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정말 즐거운 연주였고, 순간순간 에너지가 넘치는 연주였죠.’라는 말은 그날의 무대가 단지 성과가 아니라, 음악으로 함께하는 회복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Q. 특별히 좋아하는 곡은 어떤 곡인지요? 그 이유는?

A. 작곡가는 베토벤을 가장 좋아합니다. 누군가가 베토벤의 음악은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가) 만들어가는 음악이라고 했는데, 참 좋은 말입니다. 이런 얘기를 내가 제일 먼저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웃음)

베토벤의 멜로디를 분석해 보면 스케일과 아르페지오가 대부분인데, 그 조합이 얼마나 훌륭한지요. 교향곡은 다 좋고, 현악사중주, 특히 말년의 곡들은 심오합니다. 피아노 트리오 대공 3악장도 자주 듣습니다. 물론 연주할 때가 훨씬 좋습니다.

 

Q.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에서 오케스트라, 전공 실기, 실내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지휘자로 더 많은 활동을 하지만, 매년 바이올린 독주회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학 때는 주로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스즈키 캠프에도 함께하는데, 때 묻지 않은 맑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겸손과 순수, 그리고 묵묵한 성실

그는 스스로를 ‘연습을 좋아하는 음악가’라고 말한다. 때론 해결되지 않는 부분과 씨름하는 답답한 시간마저도 사랑한다. 그 답답함과 고민의 경험이 쌓여서 발전을 경험하고 어느 날 뒤돌아보면 해결된 순간- 바로 그때를 음악의 매력이라 꼽는다. 그의 음악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신뢰 위에 서 있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탁월함(arete)’은 단발의 성취가 아니라 습관의 반복에서 길러지는 성질이다. 즉, 어떤 날의 기량이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연습이 한 인간의 윤곽을 만든다.

 

‘저는 대가들이 부럽습니다. 그들의 실력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이 음악을 온전히 느끼는 행복감이 저보다 몇 배는 될 것으로 생각해 그들이 부럽습니다. 음악을 요 정도만 아는 저도 이렇게 행복한데...’

 

그는 예술의 정점을 ‘성공’이나 ‘명성’이 아니라 ‘행복감’으로 말한다. 예술은 결국 삶을 더 잘 살아가게 하는 방식, 즉 내면의 기쁨을 정교하게 만드는 기술임을 알려준다. 음악 앞에서 더 투명하게 행복해질 줄 아는 사람으로 겸손, 감사, 경탄은 그의 품격을 말해주는 단어다.

 

“저는 음악의 힘을 믿으며, 그 힘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리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은 에너지가 충만할 때 더 잘 전달될 것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음악이야말로 청중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으로 세상은 바꿀 순 없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이 꼭 필요합니다.”

 

그와의 대화에서 ‘예술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인간의 내면과 공동체의 감각을 재조율하는 힘을 가진 예술은 타인을 대하는 온도, 삶을 견디는 힘을 주는 에너지를 전한다. 개인의 취향이나 오락에서 공동체의 분위기를 다듬고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그는 전하고 있다.

 

Q. 다가오는 경대 신년 음악회, 대구 스트링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관해 말씀해 주세요.

A. 매년 열리는 ‘경북대학교 신년 음악회’에 올해도 지휘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경북대학교와 TBC 방송국과 함께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인데, 클래식뿐만 아니라 국악, 뮤지컬 가수 등도 어우러져 다양하고, 흥미 있는 레퍼토리가 연주됩니다. TBC와 유튜브에서 중계되니 꼭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스트링스 오케스트’라는 이름에서 알려주듯 현악기 위주의 실내악 단체로 출발하여, 지금은 실내악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악도 자주 연주하는 전문 연주단체입니다. 매년 콩쿨을 개최하여 입상자를 위한 협주곡의 밤을 열고 있으며 매년 2차례 이상의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신년 음악회, 송년 음악회 등으로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신년 음악회에서는 니콜라이의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 서곡을 시작으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 등이 연주됩니다.  

 

 

이광호 지휘자는 묵묵함 속에 빛나는 음악가의 본질을 보여준다. 과시 대신 축적을 택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신뢰하며, 더 잘 ‘들리게’ 하기 위해 자신을 낮춘다. 예술이란 열망의 언어가 아니라 사랑의 지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의 행보가 증명한다.

 

 


 

<주요 경력>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졸업 (학사, 바이올린)

Peabody Conservatory of Music 졸업 (석사, 바이올린)

Michigan State University 졸업 (박사, 바이올린)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졸업 (석사, 지휘)

 

경산시립교향악단, 대전시립교향악단, 포항시립교향악단,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DIOO), CM오케스트라, South Carolina Philharmonic Orchestra, CTS 방송국 음악회 등 지휘.

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 포항시립교향악단, 대구시립국악단, 수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충청필하모닉오케스트라, 우크라이나국립교향악단, 대구필하모닉오케스트라, 뉴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협연.

 

경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김천시립교향악단 악장 역임

현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교수, 에스프리 앙상블 음악감독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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