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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 예술신문 Winter 음악콩쿠르 일반부 & 시니어부 입상자 3인의 음악 이야기

이경옥, 김수련, 김미향의 노래하는 삶

삶은 어느 순간부터 반복이 되고, 반복은 무감각을 낳는다. 특히 중년의 삶은 책임과 수고로 빼곡하게 채워지면서도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잊힌 시간’ 위에, 조용히 반짝이는 일이 있었다. 바로 노래, ‘가곡’을 배우는 일이었다.

 

이번 2025 대한민국예술신문 Winter 음악콩쿠르 [일반부 & 시니어부]에서 입상한 이경옥, 김수련, 김미향 세 명은 모두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지만, 중년의 어느 날부터 가곡을 배우며 음악을 생활 속으로 가져왔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음악이었지만, 무대는 떨림과 설렘의 공간이 되었다.

 

노래하는 순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태어난다.’

 

가족과 일, 책임과 역할이 겹겹이 쌓이면서 삶은 성실해지지만, 마음은 무뎌지기 쉽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 사람의 이야기는 그 고정관념을 조용히 뒤집는다. 전문 연주자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노래를 시작했고, 그 노래는 삶의 리듬을 되돌리고 관계의 온도를 회복시키는 통로가 되었다.

 

이번 인터뷰는 입상자 이경옥·김수련·김미향 세 명을 통해, 중년기 음악 활동이 어떻게 일상을 일으키고, 감정을 조율하며, 삶의 품위를 유지하는지 기록한다.

 


이경옥(일반부 비전공 / 성악 금상) 

"노래가 있는 목요일, 삶에 리듬이 생겼어요."

 

 

이경옥 님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친한 동생의 권유로 가곡 교실에 와봤는데, 같이 하는 사람들이 좋았어요”라는 말처럼, 공동체의 분위기가 첫 문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무대는 낯설었다. 그런데 낯섦보다 더 큰 감정은 설렘이었다.

 

“목요일 수업이 기다려져요. 차에 타고 남편에게 그날 배운 노래를 불러주면 너무 좋아해요.”

이야기 도중 그녀는 미소를 머금었다. 노래는 단지 혼자의 기쁨이 아니라 부부간 대화의 온도를 높이고,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힘이 되었다.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섰던 날, 금상을 수상한 순간은 자신에게 ‘존재의 자긍심’을 되찾아준 순간이었다.

 

악보를 펼치고 연습하는 시간은 ‘그냥 집에서 누워 있었을’ 삶을 들어 올려, 다시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특히 그녀는 가사를 들으며 시를 읽는 느낌으로 가곡을 표현한다. 노래가 곧 시(詩)의 낭독이자 감정의 정돈이 되는 순간이다.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던 곡은 〈강가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음악이 단지 소리를 넘어 기억의 서정이자 마음의 풍경화임을 보여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그녀는 주저 없이 답했다.

“금상을 받았을 때요.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제 모습이 너무 행복했어요.”

 


김수련(시니어부 비전공 / 은상)

"합창에서 솔로로- 움츠림을 넘어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노래 경력만 10년째인 김수련 님은 군인이었던 남편과 전국을 떠돌며 살았다. 삶의 변화 속에서도 성가 봉사를 이어갔고, 그 안에서 ‘가곡에 대한 목마름’은 단순한 취미 욕구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마음의 방식이었다. 낮은 음역의 알토로만 노래하던 그녀에게 성가 지휘자가 건넨 한마디가 새로운 문을 열었다.

 

‘한 번 고음을 내봐요.’

그때부터 합창을 넘어 솔로를 꿈꾸게 됐다. 음악은 한 사람의 가능성을 “허락”하는 예술이다. 가능성은 원래 없던 것이 아니라, 꺼내어 이름 붙이기 전까지 잠들어 있던 능력이다.

 

합창단원에서 솔로 가수로, 무대는 어느새 ‘두려움’이 아닌 표현의 공간이 되었다.

"맏이로서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마음에 항상 신중함이 자리 잡았죠. 노래를 부를 때도 잘못 부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무대에서 편안하고 행복을 느껴요"

 

그녀가 좋아하는 곡은 〈청산에 살리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자연과 함께 살았던 시간, 강원도의 풍경이 겹친 그 음악은 그녀에게 자연의 품처럼 너른 위로를 안겨주었다. 노래는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그녀에게 자연을 노래하는 곡은 마음의 호흡을 길게 만드는 언어가 된 것이다.

 


김미향(시니어부 비전공 / 금상)

"내 삶이 우아해졌어요. 가곡은 정서의 정원이에요."

 

 

김미향 님은 영어학원 원장으로 오랜 세월 바쁘게 살아왔다. 여러 취미를 시도했지만, 끝까지 꾸준하게 이어진 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의 소개로 가곡 교실에 가게 되었고, 첫날부터 중창 무대에 서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가곡을 다시 부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너무 편안했어요.’

 

그녀는 말했다.

 

“나를 위한 시간, 내가 몰랐던 나를 찾는 일… 그 시작이 노래였어요. 그리고 삶을 우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죠.”

 

여기서 ‘우아함’은 사치가 아니라 태도다. 내 감정을 정돈하고, 말과 호흡을 가다듬고, 타인 앞에서 한 편의 시를 노래로 건네는 행위 자체가 삶의 결을 바꾼다. 그는 특히 은퇴 시기에 노래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악기는 계속하지 않으면 장식품이 될 수 있지만 노래는 악보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 어디서든 연주가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덧붙였다.

 

동시에 무언가를 정리해야 하는 시기에 노래가 좋다는 말에는 중년 이후 삶의 핵심 과제가 정리와 선택, 그리고 자기돌봄임을 정확히 짚는 통찰이 담겨 있다.

 

노래는 그녀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부부간의 감정, 자녀와의 관계, 직장 내 스트레스까지 조율해 주었다. 특히 〈내 마음의 강물〉을 부를 때면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며 언젠가 이 곡을 제대로 잘 부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음악이 주는 위로는 종종 ‘듣는 위로’에서 멈추지 않는다. 부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순간, 위로는 ‘삶의 방향’으로 바뀐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지속을 가능케 한 사람으로 지도 교사 차경훈 선생님을 언급했다. '잘 이끌어 주셨기에 가능했다'라는 말에는, 성인 음악 교육의 핵심이 ‘기술’만이 아니라 지지, 꾸준함을 설계해 주는 지도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노래가 품격이 되는 순간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분명하다. 음악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은 결코 수단이 되어선 안 되며, 언제나 목적 그 자체로 대우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년 이후, 누군가의 아내, 엄마, 맏이, 선생님으로 살아왔던 이들이 노래를 통해 다시 자신을 ‘목적’으로 되찾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품격의 회복이다.

 

내면의 절제와 조화, 그리고 평정심 위에 세워진 삶을 노래하며 당신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고 노래할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음악이 중년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활기, 정서의 균형, 그리고 자기서사의 회복이다.

 

노래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호흡과 발성이라는 신체적 질서를 통해 감정을 정돈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음정과 리듬을 통해 형태를 얻는다. 노래하는 중년의 취미는 개인의 만족을 넘어 가족 안에서 서로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콩쿨 입상자들이 건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화려한 수상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나도 이런 게 되는구나'라는 문장이다.

중년의 음악은 아직 열려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무대는 누군가를 평가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을 존재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예술신문 음악콩쿠르 비전공자 일반부의 현장은, 음악이 특정한 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의 결을 다시 세우는 교양의 기술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술은, 결국 한 사람의 일상을 더 단정하게 만들고,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살아지는 시간이 아닌 살아내는 시간이 되게 한다.

 

[대한민국예술신문 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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