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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삶을 품은 진심의 음악, 행복을 향해 노래하는 안현순 작곡가

합창으로 삶을 어루만져 진심의 행복을 건네는 여정
지역의 삶에서 시작해 공감의 행복으로 확장되는 음악
제주의 일상과 사람을 품은 합창, 그 진심의 울림

주라는 삶의 자리에서 작곡가 안현순은 언제나 '음악이 사람에게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먼저 묻는다. 화려한 기교보다 진심을, 완성된 형식보다 삶의 온기를 선택해 온 그의 합창은 웃음과 위로, 그리고 조용한 행복을 관객에게 건넨다. 이번 인터뷰는 제주의 자연과 역사, 이웃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그의 음악 세계를 따라가며, 예술이 삶과 만날 때 비로소 생겨나는 깊은 울림을 들여다본다.

[인터뷰/글. 조정인 발행인,  최영민 이사,  황유진 편집장] 

 

[궁금해요 (1)]

'꼬마 반주자의 설렘' -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작은 교회의 반주자로 음악을 시작하셨지요. 당시 발이 겨우 닿는 피아노 앞에 앉아 찬송가를 연주하던 어린 안현순의 마음은 어땠나요? 그때 느꼈던 순수한 행복이 지금 작곡하시는 곡들에도 여전히 어떻게 녹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 그 시절을 떠올리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요, 어린시절에 처음 반주를 하게 됐을 때, 찬송가 반주 자체도 정말 떨렸지만 기도가 끝나는 '아~멘!' 후에 기도송의 전주를 자신있게 차고 나갈 수 있을까 엄청 콩닥거렸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찬송가 반주 연습을 통해 음악이론을 터득하고 깨달으며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장음계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심히 감동했던 기억, 그러다 보니 "떴다떴다 비행기’를 다양한 조로 이조(移調)할 수도 있음을 발견한 스스로에 감탄하며 이런 신세계가 있다니~!" 하며 희열을 느꼈던 흐뭇한 기억이 있는데요, 그 오랜 시간 동안 수 많은 찬양곡을 접하며 반주해온 덕분에 한 곡 한 곡 아름답고 다양한 곡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지금까지도 이렇게 곡을 써올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저의 곡들 속에도 그날의 순수한 행복이 스며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궁금해요 (2)]

'내면의 선율' - 작곡가님은 어린 시절 교회 반주자로 활동하며 음악적 토양을 닦으셨고, 고등학교 시절 플루트 전공에서 작곡으로 전환하며 ‘내면의 선율’을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연주자 대신 창조자의 길을 선택하게 했던 그 결정적 ‘희열’의 정체는 무엇이었나요?

 

중2때 이후로는 교회에서의 피아노 반주 외에 특별히 전문적인 음악 공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플루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 초반까지 이어갔는데요, 연습을 거듭할수록 피아노나 기타, 합창 등을 통해 느꼈던 즐거움은 찾기 힘들었고 "이 악기로 평생을 걸 수 있을까?"는 의문이 점점 크게 다가오면서 결국 과감히 정리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동시집을 들고 선율을 만들어 기타치며 노래해왔던,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간단한 선율의 곡들을 작곡했던 저에게 좋은 작곡 선생님이 계시다는 놀라운 정보가 절묘하게도 그 시기에 들려온 거예요. 바로 화성법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첫 레슨부터 너무 재밌어서 나의 길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아주 기뻤었던 순간이 또렷이 기억나네요. 화성법을 배워가며 그동안 찬송가 반주를 통해 터득해왔던 이론들이 여기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되며 벅찬 감동과 짜릿함을 느끼고 작곡법과, 시창, 청음 등 모든 내용들이 너무도 꿀처럼 달콤하고 즐겁더라구요. 그렇게 작곡의 길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궁금해요 (3)]

'작곡가님의 비밀 힐링 스팟(healing spot)' -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 토박이'로서, 악보 위에 음표를 채우다가 마음이 답답할 때 찾는 작곡가님만의 비밀스러운 장소가 있나요? 유채꽃이나 수선화처럼 작곡가님을 다시 웃게 만드는 제주의 소박한 풍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네, 제주는 발 닿는 곳마다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제주의 바다는 정말 말이 필요없지요. 가끔 제가 좋아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라는 찬양이 절로 나온답니다. 제주의 바다는 지역마다 색도 다르고 분위기도 참 다른데요, 날씨와 모든 상황에 따라서 같은 바다인데도 시시각각 다양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답니다. 마치 카멜레온 처럼요.

 

저는 특별히 에머랄드 빛으로 나를 황홀하게 했던 '김녕 바닷가'를 사모한답니다. 곡이 잘 안 써져서 우울해도 자주 찾아가지만 기쁠 때는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힘들 때는 위로와 힘을 주고 품어주는 김녕바닷가를 저의 최애장소(비밀장소?^^)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오늘 부로 더 이상 안비밀 장소가 되겠네요~~^^.

힘들 때 가서 바라만봐도 따뜻해지는 신기한 바다!

"제주바다는 나의 마음을 무조건 받아('바다' - 소리나는대로라도 엮고 싶은마음^^)준다~고 해서 '바다'라는 말도 저희들 끼리는 하지요^^."

 

 

[궁금해요 (4)]

"음악만큼 유쾌한 평소의 모습" - '씨엠송 메들리'나 '만화 모음곡'처럼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유쾌한 곡들을 많이 쓰셨는데요. 혹시 작곡가님의 실제 성격도 음악처럼 유머러스하고 흥이 많으신 편인가요? 주변 지인들이 말하는 '인간 안현순'은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언니가 어디선가 들고 나타난 기타를 멋지게 치는 모습을 훔쳐보며 코드와 주법을 몰래 익힌 후로는 고등학교때까지 늘 기타치며 가요, 팝, 씨엠송, 프로그램 시그널 음악등 다양한 곡들을 엮어 부르는 놀이를 즐겨했는데요, 음악을 좋아하시고, 매사에 긍정적이시며 유머러스한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늘 웃음과 흥이 가득하고 몸 안에 개그 본능 또한 가득한 아이였습니다.

 

학창시절 멋진척하며 기타들고 폼잡고 다니느라 참 바빴던 것 같아요^^. 친구들은 대부분 그 모습으로 기억하지요^^. 그런 부분들이 있다보니 즐겁고 유쾌한,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씨엠송메들리와 ’로보트태권브이가 캔디를 만났을 때‘ 등의 곡들을 쓰게 되었고 저의 곡만으로 이루어진 합창곡집이 출판되어 사랑받게 되면서 한국합창작곡가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궁금해요 (5)]

어린 시절에 느꼈던 내적인 기쁨과 다양한 음악 활동의 경험이 독창적이면서도 즐거운 곡을 탄생시키는 밑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작품이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고 들었는데요. 해당 곡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늘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일지 고민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선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접근을 담은 곡들을 주로 쓰게 되었는데요, 그 결실 중 하나가 바로 ‘합창으로 배우는 음악사(합·배·음)’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제 학창 시절의 경험에서 출발한 곡이기도 한데요. 어릴 적 저는 헨델이 ‘음악의 어머니’라는 표현만 듣고, 헨델이 여성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거든요. 이후 훨씬 시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의 당황스러움과 깨달음이 오히려 음악사를 더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작은 에피소드가 동기가 되어, 음악사를 ‘외워야 할 지식’이 아니라 ‘노래로 자연스럽게 익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은 바로크부터 고전주의 시대까지의 서양 음악사를 대표적인 작품의 선율을 따라가며 시간 순서대로 구성한 합창곡인데요, 누구나 멜로디를 통해 쉽고 즐겁게 음악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이러한 교육적·음악적 의의를 인정받아, 2009 개정 중학교 음악 교과서와 2015 개정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수록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고, 이후 약 15년이 된 지금까지도 전국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오고 있음에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한 후속곡인 낭만주의 음악을 다룬 「합·배·음 2」 역시 학생들뿐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합창단에서 폭넓게 연주되며 세대와 성별을 넘어 공감을 얻고 있는데요. 특히 몇 해 전, 공무원 합창단이 합·배·음 1 곡으로 출전하여 직장인 합창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상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모습을 보며 제 곡이 아름답게 쓰임 받고 있음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의 음악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한국의 클래식 음악을 보다 친근하게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음악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6)]

그동안 ‘음악 밖에서 꿈꾸는 소소한 행복’음악을 통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오셨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로서의 삶도 의미 있지만, 최근에는 제주의 각 마을 이야기를 담은 ‘마을 노래’를 통해 이웃들에게 따뜻한 행복을 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실제로 어떤 과정과 경험을 거쳐 진행되고 있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작곡가로서도 너무도 부족함이 많은데요,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로 합창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이 이렇게 감사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되고 또 귀한 대한민국예술신문의 인터뷰까지 하게 됨을 우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주에서 나고 지금까지 제주를 지키며 지내오고 있지만 단 한번도 뭍에 나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었고 ‘제주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음’ 자체를 늘 감사히 여기며 지내오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작곡가로서 이곳의 이웃들과 음악을 통해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몇 해 전부터 제주의 각 마을 이야기를 담은 ‘마을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주한소리여성합창단(단장 홍성숙)의 김훈석 지휘자를 비롯한 단원들과 함께 그 마을을 찾아가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주민들을 찾아 뵙고 만들어진 노래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마을 분들에게 마을 노래도 가르쳐 드리는 등의 시도를 했었는데 모든 마을 분들이 너무 감사해 하시고, ’우리만의 노래‘ 라는 생각에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더 깊어지는게 느껴져 참 뿌듯하더라구요. 뿐만아니라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제주의 마을이 지금까지 아름답게 지켜질 수 있었음은 선조들의 사랑과 지혜와 헌신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했구요. 비록 크고 위대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저의 음악으로 이웃 중 단 한 사람라도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 길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실제로 3년전, 서귀포의 대포마을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노인회관을 찾아가 함께 노래한 뒤 그 사진을 SNS에 올린 적이 있는데요, 이후 한 분으로부터 “시부모님께서 음악을 너무 좋아하시고 평생을 고향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신데 그 마을 노래를 만들어 주셔서 저렇게 기쁘게 사진속에서 웃고 계신 모습이 너무 감사하다”는 DM 메시지를 받았고, 그 순간 다시 한번 음악의 힘을 깊이 느끼게 되더라구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삶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이나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직접 찾아가, 음악으로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있을지 더 고민하고 실천해 보고 싶습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음악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7)]

'제주 토박이 작곡가'로서 제주도는 단순한 고향 이상의 의미일 것 같습니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해녀라는 소재가 작곡가님의 음악 세계를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제주에서 태어나 자라면서도, '제주 해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은 40대 중반이 되어서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을 보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큰 돌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부끄럽고 죄송하더라구요. 어린 시절부터 "나는 제주를 사랑한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제주는 거의 알지 못한 채 살아왔던 제 자신을 돌아보며 깊이 반성하게 되었고, 그때 처음으로 ‘제주를 제대로 아는 일’이 제 삶과 음악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제주를 음악으로 알리고 전해야 할 책임과 사명감 같은 감정이 마음 깊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출발점이자 가장 큰 원동력은 단연 제주의 숭고한 ‘해녀 문화’였습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심이 점점 팽배해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엄격한 규율과 서열 속에서도 서로를 살피고 공생해 온 제주 해녀들의 모습은, 반드시 지켜내고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가치라고 느꼈습니다. ‘제주의 어머니’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해녀들의 삶을 알게 된 이후, 이 소중한 문화를 음악으로 전하고 싶다는 책임감은 더욱 분명해졌고, 그 결과 해녀의 삶과 정신을 담은 음악극 『해녀의 길』을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제주 해녀 문화의 의미를 보다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보람이었죠.

 

또 한편으로는, 제주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가장 먼저 제주 사람들에게 제주의 가치를 제대로 전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선조들이 지켜오고 가꾸어 온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먼저 알고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 속에서, 2004년 『제주, 애(愛)』를 주제로 한 개인 작곡 발표회를 열게 되었는데요, 이 무대에서는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 제주의 아픔, 해녀 문화, 그리고 제주 부부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며, 제가 느낀 제주에 대한 사랑을 담아 나누고자 했습니다.

 

이 공연은 제주문예회관대극장에서 큰 공감을 얻었고, 그 성원에 힘입어 2005년에는 고향인 서귀포김정문화회관에서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를 수 있었는데요, 작곡 발표회가 앙코르 공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두 번의 공연 동안 관객을 통해 전해지던 제주의 사랑과 따뜻함은 지금까지도 제게 매우 깊은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제주의 소재로 만든 창작곡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 ‘빛과 소리의 정원’이라는 작품으로 확장되었고, 성남아트센터앙상블시어터 무대에서도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제주의 곡만으로 연주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제주의 노래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전해질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제주에 대한 사랑' – 『제주, 애(愛)!』입니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해녀의 삶이 제 음악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 된 이유도, 그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궁금해요 (8)]

작곡 과정에서 가사(텍스트)와 음악 중 어느 쪽이 먼저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지, 그리고 텍스트를 음악화할 때 작곡가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대체로 가사를 먼저 바라보며 곡의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 그리고 멜로디의 방향을 그려 나가는 편입니다. 시나 이미 완성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곡을 쓸 때는, 그 시를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리듬과 박자를 먼저 찾구요. 말의 호흡과 억양 속에 음악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아주 드물긴 하지만, 가사를 직접 쓰는 경우에는 멜로디와 문장이 거의 동시에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는 글과 음악을 따로 구분하기보다,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발전시켜 나갑니다.

 

한편, 제 작품 중에는 기존 곡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한 메들리 형태의 곡들도 많은데, 이 작업에서는 나름의 기준과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곡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서사를 이루도록 곡의 순서를 정리하고, 음악적인 흐름뿐 아니라 청중이 웃고 즐길 수 있는 포인트, 긴장과 이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밀고 당김’의 구조까지 함께 고민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저만의 특별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 의도가 가장 잘 담겨있다고 느끼는 작품이 바로 오늘의 저를 합창작곡가로 서게 해준 ‘씨엠송메들리’, ‘합·배·음(합창으로 배우는 음악사)’, 등의 곡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로보트 태권브이가 캔디를 만났을 때’ 라는 곡은 특히 두 곡의 스토리가 절묘하게 잘 진행된 것 같아 지금도 다시 떠올리면 너무 재미있구요. 이 곡들은 작곡가로서 스스로에게도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입니다.

 

결국 저에게 작곡은, 텍스트와 음악이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며, 그 끝에 청중의 웃음과 공감이 남는 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9)]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을 보고 느끼신 사명감으로 대본부터 작사, 작곡까지 직접 1인 3역을 맡아 <해녀의 길>을 완성하셨습니다. 특히 3막의 ‘아무 죄도 없는 우리’는 제주 4.3이라는 비극적 역사 속에서 어머니를 잃은 아이가 다시 해녀가 되어 바다를 품는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어 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는데요. 이처럼 지극히 ‘제주적인’ 이야기가 독일과 스페인 등 머나먼 이국 땅의 관객들에게까지 깊은 눈물을 자아냈을 때, 작곡가님은 ‘음악이라는 언어’의 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음악극 『해녀의 길』은 제주의 해녀 문화를 하루라도 빨리 알리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에서 출발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주에서만 약 네 차례 공연되었고, 무대에 오른 뒤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은 오히려 저를 깊이 돌아보게 했는데요, 저와 같은 제주도민임에도 '해녀에 대해 이렇게 깊이 알지 못했다'는 분들의 말, 그리고 어린 시절 해녀로 살아야 했던 고된 기억이 음악으로 위로받는 것 같다는 어르신의 이야기는 제게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경험은, 이 작품이 독일에 소개되었을 때 현지 관객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눈물을 흘리며 공감해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후 그분들이 실제로 제주를 여행하며 제주4·3평화공원과 제주해녀박물관을 찾아왔다고 해서 작곡가로서 참 뿌듯하고 감격스러웠었는데요, 그 순간 저는 음악이 단순한 예술 표현을 넘어, 사람을 움직이고 행동으로 이끄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음악은 결국 언어를 초월한 공감의 매체’라는 제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주의 매우 지역적인 이야기, 특히 제주 4·3의 아픔과 해녀의 삶이라는 맥락이 낯선 외국의 관객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음악이 지닌 보편성과 치유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 계기였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합창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제주의 소리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제주 타악 앙상블 ‘오퍼커션(음악감독 오승명)’과 함께 제주 민요 「오돌또기」와 「너영나영」을 엮은 ‘오돌또기 & 너영나영’ 작품은 ‘상하이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해 태국, 루마니아, 칭다오 등 여러 나라에서 연주되었고, ‘해녀의 꿈’이 포르투갈에서는 타악과 플륫으로 이루어진 퍼플앙상블(대표 김수연)에 의해 연주되었고, 독일 오스나브뤼크에서는 실내악 편성으로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이 모든 여정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제주를 진심으로 알리는 것이죠.

제가 느꼈던 감동과 책임, 그리고 제주의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음악을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해요 (10)]

입양어린이합창단의 위촉으로 탄생한 '사랑을 만나서'는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등 여러 단체에 의해 연주되며 많은 이들에게 생명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누구나 세상에서 다양한 인연과 사랑을 만난다"는 가사처럼, 이 곡을 작곡하실 때 입양 어린이들이나 그 가족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무엇이었나요? 아울러, 작곡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소외된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의 힘’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음악은 화려한 작품과 뛰어난 테크닉의 연주로도 물론 감동을 줄 수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악과 연주에 진심이 담겨져 있을 때 오롯이 전해져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합창곡일 경우 감동은 더 크게 올 수 있는데요, ‘사랑을 만나서’라는 곡은 아름다운 노랫말로 인해 이미 저 또한 감동을 안고 시작했기에 따뜻한 음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곡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를 기대하며 만들었는데 그 마음이 잘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비단 입양어린이합창단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가족, 친구, 이웃 등 다양한 사랑을 만나잖아요, 늘 곁에 있어서 당연히 여기며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게 되는데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노래더라구요. 요즘은 점점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곳곳에 몸과 마음이 힘든 분들이 많아 더욱 필요한 메시지라 생각됩니다.

 

몇 년 전 저희 가족들이 함께 간단한 연주를 준비해서 요양원 몇 군데를 찾아다닌 적이 있는데요, 사람이, 사랑이 너무도 그리운 어르신들께서 정말 너무도 좋아하시고 감사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길 임을 인식하게 되더라구요. "다음에 또 와" 하시며 손 꼭 잡아주시던 어르신의 미소를 보며 더 마음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라 생각해요. 

 

 

[궁금해요 (11)]

작곡가님께서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 그중에서도 오페라를 보다 친근하게 전달하는 작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오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제주에서 오페라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공연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취지로 기획된 공연이었고, 관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전하고자 하셨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클래식 음악 가운데서도 특히 오페라는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을 늘 아쉽게 느껴왔는데요, 그래서 오페라를 감상하기 전에 꼭 알아두면 좋은 기본적인 예절과 감상 포인트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그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곡이 바로 ‘아하! 오페라!’입니다.

 

이 곡은 약 1분 30초 분량의 짧고 유쾌한 노래로, ‘브라보’, ‘브라바’, ‘브라비’와 같은 오페라 박수 용어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곡으로 사용되었는데,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면서도 오페라에 대한 호기심을 단번에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곡을 시작으로, 교과서에 수록된 합창으로 배우는 음악사 1과 합창으로 배우는 음악사 2, 그리고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와 이중창, 합창곡까지 안무와 연출을 더해 하나의 공연으로 엮은 무대가 바로 안현순과 함께 하는 ‘알면 꿀잼 오페라’, 일명 ‘알·꿀·라’입니다. 이 공연은 작곡가인 제가 직접 곡과 장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며 진행하는 형식으로, 관객들이 음악의 맥락을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요, 이 무대는 제주오페라앙상블(J.O.E.)의 열정적인 연주와, 김훈 대표를 비롯한 단원들의 훌륭한 무대 덕분에 제주 지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구요, 도내 공연장에서 초청 연주로 5회 이상 시리즈 공연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오페라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작곡가의 설명이 함께해 더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들었을 때, 그동안의 고민과 노력이 보상받는 듯한 큰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이 공연을 통해 오페라는 특별한 지식이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 알고 나면 누구나 웃고 공감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을 음악으로 오롯이 전하게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구요.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쉽고 즐거운 방식의 공연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궁금해요 (12)]

최근 작곡가님의 작품들은 단순한 청각적 경험을 넘어, 시각적 요소와의 결합을 통해 하나의 종합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특히 2024년 작곡발표회 <제주, 애(愛)>에서 캘리그라피 작가 김효은과의 협업은 물론, 샌드아트와 타악기 앙상블 등 무대 연출의 지평을 넓히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셨는데요. 이처럼 예술 간의 경계를 허물며 합창 음악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나가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그리고 이러한 융합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하길 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물론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전할 수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의 음악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색다른 감동을 전하고자 하는 부분에도 많은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캘리그라피 김효은 작가와 작업을 하며 많은 시도를 해왔는데요, 그동안 접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이 음악과 결합되어 관객들에게도 음악뿐만이 아닌 다양한 감각을 통해 마음을 터치함으로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 후로는 다음에는 또 어떤 시도를 해보면 좋을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 새로운 시도들로 인해 제주에서는 또 다른 융합예술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무대들이 펼쳐지고 있답니다.

 

 

 

[궁금해요 (13)]

현재 준비 중이거나 구상 중인 차기 작품 또는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그 방향성을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저는 도립합창단의 편곡자로 활동하며, 오는 6월 26일 정기연주회에서 연주될 「제주 레퀴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레퀴엠의 형식과 구조를 존중하되, 그 안에 제주의 선율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방향입니다. ‘레퀴엠’이라는 보편적인 형식 속에, 제주만의 울림이 깊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음악극 『해녀의 길』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큰 작품이자, 도립합창단을 위한 제주 소재의 창작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책임감과 부담이 큽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음악이 많은 분들께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심정으로 한 음 한 음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작업 중에 있지만, 이 작품이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음악으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따뜻한 응원으로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궁금해요 (14)]

마지막으로, 신진 작곡가들과 합창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곡가 안현순이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세상에는 이미 훌륭한 곡을 쓰는 작곡가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도, 음악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신만의 질문을 분명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진심이 어떤 방식으로 가장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나아간다면, 음악은 반드시 그 마음에 응답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 역시 부족한 점이 많은 작곡가이지만, 제 음악을 사랑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통해 큰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빌어, 지금까지 제 음악에 귀 기울여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이제 막 작곡의 길을 시작하는 신진 작곡가 여러분께도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여전히 부족하지만 제 음악이 누군가에게 아주 잠시라도 위로, 기쁨과 행복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진심이 담긴! 진정성이 있는! 그런 음악으로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건넬 수 있는 작곡가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성실하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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