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누구에게나 열린 언어 —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위한 교육법”
기교보다 ‘소리의 진심’을 가르치는 교육 현장
비전공 - 늦게 배워도, 천천히 가도 괜찮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음악을 가르치다 보면, 한 공간 안에서 전혀 다른 두 부류의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예중·예고, 음대•대학원 입시를 목표로 매일 새벽부터 연습을 이어가는 ‘전공자’.
음악은 과목에서도 필수니까 혹은 본인이 좋아서 배우는 어린 학생들과 오랜 세월 마음속에 담아둔 꿈을 이제야 꺼내어 조심스럽게 악기 앞에 앉는 어른들인 ‘비전공자’다.
피아니스트 고유미의 스튜디오에서는 이 두 길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그녀는 말한다.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차이는 목적이 아니라 태도예요.”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초등 저학년까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그만두는 학생들이 대거했다.
자연스레 본인만 학교에서 피아노를 치고있으니 학교 반주나 행사를 도맡아 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음악의 문턱은 낮아지고 삶의 품격을 높이려는 학생들과 성인 학습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학생들은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콩쿠르에 나가 상을 많이 타거나 연주회를 여는 일들이 많아졌다. 어른들의 경우 의사, 교사, 공무원, 회사원 등 각자의 전문 분야를 가진 이들이 퇴근 후 악기 앞에 앉아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호흡으로 음악을 배워가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취미의 확산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인생 2막의 예술적 성장”이라 부른다. 어릴 때 놓쳤던 꿈을 다시 붙잡거나,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자기치유의 시간’으로 음악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2025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022년 임윤찬 우승)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피아노 비전공자인 아리스토 샴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세계적인 콩쿨에서 정상에 섰을 뿐 아니라, 명문 하버드 대학교까지 졸업한 수재이다.
전공자에게는 깊이, 비전공자에게는 감각을
고유미는 전공자들에게 ‘음악적 깊이와 구조의 이해’를, 비전공자들에게는 ‘감각과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지도한다. 일반화 시킬수는 없지만 초점을 그렇게 맞춰서 지도하도록 한다. 전공자여도 초보라면 조금 더 쉽게 설명하고, 비전공자여도 잘한다면 심도있게 설명을 하는 편이다.
전공자 수업에서는 악곡 분석과 화성 구조 파악, 소리의 밀도와 프레이징 조절, 연주 중 감정의 방향성 설정,
무대에서의 해석 전달력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특히 전공자에게 필요한 서양음악사와 화성학 등을 기본 바탕으로 설명하여 지도한다.

반면, 비전공자 수업에서는 손의 긴장 완화와 효율적 터치, 음악 듣는 법과 리듬 감각 익히기, 곡을 통한 감정 표현과 몰입 경험 을 통해 ‘기술이 아닌 즐김의 음악’을 가르친다.

비전공, 전공자 못지않은 ‘다른 출발’
비전공자 교육은 단순한 취미 수업이 아니라, 감정 표현과 몰입 중심의 새로운 교육 흐름이다. 최근 콩쿠르에서도 비전공 부문 참가자들이 전공자 못지않은 음악성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다.
전공자들이 매일 경쟁 속에서 기술을 연마한다면, 비전공자들은 “좋아서 하는 음악”이라는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다. 이 순수한 열정은 인생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된다.
가르치는 학생중에서 비전공인 음악가들의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려 한다.
1. 성실과 노력으로 쌓인 열정의 음악가



벌써 7년째 레슨을 받고있는 주하윤과 배운지 1년이 되어가는 동생 주윤하.
그녀들은 자매인데, 언니인 주하윤이 콩쿨에서 많은 성과를 보여 동생에게도 자극이 되고 있다. 특히 주하윤은 이번 대한민국예술신문에서 열린 콩쿨에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었으며, 학교에서도 장기자랑으로 항상 ‘피아노’를 선택하여 치고있으며, 연습을 꾸준하고 성실히 하는 학생이다. 매 년 열리는 나의 제자연주회에 매 년 참석하여 연주를 하였으며, 다음엔 무슨곡을 연주할까 하는 호기심 넘치는 예쁜 학생이다.
아직은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꽤 어른스런 자세로 수업에 임하고 있으며 피아노 콩쿨에 욕심을 내어 연습에도 지치지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 공부도 잘 하고 학과에도 충분한 재능이 있는 학생이다. 또한 부모님의 전폭적 음악지원도 한 몫을 하지만, 결국 해내는 건 본인이어야 한다.
2. 무엇이든 다 잘하고 싶은 욕심많은 음악가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소위 ‘인생2회차’ 라고 불리는 학생들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백승헌 학생은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과목에 욕심을 부리는 타입이다. 그렇다면 학부모의 치맛바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전혀 아니다. 본인이 하고싶어서 하는데, 사실 이런 학생들이 피아노를 오래 배울 확률도 높다.
피아노는 성과가 귀로 들리기에 본인의 실력이 나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가 나기까지의 시간이 꽤 걸리기에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음악도 오래하고 잘 한다. 최근에는 콩쿨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입상자 연주도 하게 되었다.
아직 어려서 되고싶고 하고싶은 꿈은 매번 바뀌지만, 그 안에 피아니스트 가 있다는 점이 선생님으로써 굉장히 뿌듯할 따름이다.
이 두 학생들의 특징은 전공이 아님에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 부모님,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레슨만 하지않고 배운 곡으로 무대에 서서 자신감을 기르는 연습, 성과가 좋아서 업그레이드 된 본인의 모습을 스스로 대견하게 느끼는 뿌듯함, 완성되기까지의 흘린 땀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해서 어느 무엇이든 노력할 때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나는 꼭 가르치고 싶기 때문이다.
음악을 배우는 일은 에튀튜드, 순수함,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인생선생님 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비전공자들의 앙상블 문화 — 함께 나누는 음악
최근에는 비전공자들이 함께 모여 앙상블을 구성하거나 소규모 연주회를 여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혼자만의 배움이 아닌, ‘공유하는 음악 문화’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턱톡앙상블]이다.

음악감독 고유미의 지도를 받고있는 치과의사로 구성된 이 팀은 대한민국예술신문 콩쿠르 실내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비전공 음악계의 새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실내악·비전공 부문에서 1등을 하며 일본 무료홀 연주 기회를 거머쥐었고, 꾸준한 개인 연습과 집중력 있는 팀 레슨을 통해 내년 상반기 창단연주회도 계획 중이다. 치과계에 소문이 자자하여 이 팀은 흉부외과에서도 러브콜을 받아 곧 연주를 하게 된다.
매 주 수업을 받으며 그들은 새롭고 배울 수 있는 수업 질에 대해 감탄하고 있다. 또한 일이 끝나고 지친 상태이지만 음악을 함께 한다는 것으로 눈빛이 반짝반짝 하고 재밌어하는 모습에서 “머리보다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 비전공자들의 현재
비전공자들의 음악 여정은 느릴 수 있지만, 단단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주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한 세심한 설명, 그리고 ‘칭찬’이라는 동기부여가 꼭 필요하다.
고유미는 이렇게 말한다.
“칭찬 하나가 학생의 연습 동기를 바꿉니다.
비전공자에게는 기술보다 마음의 속도를 맞춰주는 것이 더 중요해요.”
*피아니스트 고유미 (대한민국예술신문 예술교육이사)
덕원예고, 숙명여대, 연세대 석사를 졸업했고 박사과정 수료를 했다.
삼육대학교 영재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반주전공 클래식앙상블 엠 대표이자 여러 합창단반주자를 맡고 있다. 기획연주와 협업연주를 늘 진행중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늘 피아니스트가 꿈이었고 그 꿈을 이뤘다.
20대엔 국내외 연주와 입시반주, 대학원 공부, 연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30대 이후로는 연주를 함과 동시에 예중,예고,음대,대학원 입시 지도까지 하며 후학양성도 하고 있다.
어린 연주자부터 젊은 피아니스트까지 다양하게 무대에 세워 꿈을 키워주고있으며, 아마추어 학생들도 지도중이다.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본지의 예술교육이사직을 수행중이며, 여러 기획연주를 추진중이다.
[대한민국예술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