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자의 길: 기술, 협업 그리고 표현 " (1-1)

반주: 공동 창작과 해석을 통한 예술적 소통


※ 반주란 무엇인가 - 독주와의 차이점, 역할의 철학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반주’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개 ‘메인 연주자를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반주자는 무대 위의 조력자를 넘어, 공동 창작자이자 공동 해석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수동적 역할이 아니라, 능동적 해석과 긴밀한 소통이 요구되는 예술의 영역인 것이다.나는 개인적으로 '반주'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않아서 좀 더 디테일하게 수정해서 얘기한다면 '앙상블 피아니스트' 라는 말이 더 좋지않을까 생각한다.

 

 

◇ 독주와 반주의 가장 큰 차이점

독주는 연주자 자신이 해석과 표현의 중심이 되어 모든 음악적 요소를 통제한다. 반면, 반주는 자신의 표현이 타인의 음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연주다. 곡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고 반응할 줄 아는 ‘양면성’을 갖춘 연주여야 한다. 이는 단지 음을 맞추는 차원을 넘는다.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템포, 디렉션 등 세부적인 모든 요소가 파트너와의 일치 속에서 재조정되어야 한다. 독주가 “내 안에서의 자유”라면, 반주는 “상대를 포함한 자유”다.특히나 기악반주는 각 연주자들이 솔리스트처럼 연주하며 주어진 박자와 음색 안에서 긴밀히 대화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악반주에서는 딕션을 공부하여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관찰하고 연구하여 두 연주자가 함께 뜻을 파헤쳐서 연주방향성을 찾아나가는 올바른 공부도 필요하다.또햐 영화에서의 배우들이 상대방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듯, 연주자들끼리도 서로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 반주의 본질은 ‘관계’이다.

좋은 반주는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려는 자세에서 출발한다. 파트너가 어떤 음악적 언어를 사용하는지, 이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싶은지, 어떤 감정으로 이 순간을 노래하고 싶은지를 듣고 공감하며,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로는 리드하고, 때로는 서포트하며, 때로는 함께 숨 쉬는 그 모든 순간이 하나의 ‘관계’로 구축된다. 이 관계는 일방적인 순응이 아니라 음악 안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평등한 파트너십이다.

 

◇ 반주자의 철학 – 소리를 만들어내는 ‘투명한 존재’

좋은 반주자는 마치 유리창처럼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드러내기보다는, 상대가 돋보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존재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 유리창이 빛나고 투명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주자 스스로도 강한 음악적 자아와 기술, 섬세한 감수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반주는 종종 ‘보조적 역할’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고도의 예술적 작업이다. 그 안에는 음악, 인간관계, 리더십, 공감, 청취, 유연성이라는 수많은 층위의 미학이 녹아 있다.

 

◇ 마치며

“반주자는 그림자처럼 연주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빛이 없이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듯, 반주 없는 음악도 온전하지 않다. 우리가 이 아름다운 동행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때, 반주는 더 이상 ‘서포트’가 아닌 예술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고유미

대한민국예술신문 예술교육이사

덕원예술고등학교 피아노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연세대학교 피아노반주과 석사 최고점 입학, 졸업.

클래식앙상블 엠 이라는 반주전문단체 대표로 있으며 기악반주, 성악반주, 합창반주, 뮤지컬반주 등 활동영역이 넓으며 전문연주자들과 협업하며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