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 공동 창작과 해석을 통한 예술적 소통
※ 연주현장에서 빛나는 반주자의 실전 생존 팁
“무대 위, 순간의 판단력이 곧 실력이다.”
1. 무대에 올라가기 전 : 리허설의 ‘기준’을 만든다
리허설은 곧 ‘지도’다.
무대에서 혼란을 막으려면 리허설 때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리허설은 템포, 숨쉬는 지점, 프레이징, 악보 넘김까지.
‘연주’가 아니라 ‘디테일 점검’의 시간이다.
개인적인 연주는 혼자 있을 때 하는것이고, 리허설을 할 때에는 이미 본인의 실력이 준비가 되어서 상대방 연주자와 ‘맞춰보는’ 시간인 것이다.
말로 풀지 말고, 손으로 확인하라!
"여기 rit 조금만 해주세요"라는 말보다, 직접 연주하며 상대가 듣고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말보단 음악으로 대화하는게 좋다.
2. 연주 직전 : 악보보다 ‘예상’을 챙겨라
페이지를 넘길 때 ‘순간 기억’을 해야한다.
악보를 넘길 때 마지막 마디의 화성과 코드를 어느정도는 머릿속으로 살짝 외운 후에 넘겨야 음악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즉석 문제 해결 능력을 준비해야한다.
솔리스트가 실수를 했을 때, 반주자가 해줄 수 있는 건? 흔들리지 않는 템포, 다음 진입 타이밍을 예측한 연주, 그리고 유연한 코드감각.

3. 연주 중 : 보이지 않게 리드하라
무대에서는 반주자가 ‘숨은 지휘자’.
성악가나 솔리스트가 긴장해 박자가 밀릴 땐, 지나치게 끌려가지 말고 약간 앞에서 리드하며 안정감을 줍니다. “같이 간다”보다 “같이 가게 만들어 준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눈보다 ‘호흡’을 읽어라.
눈짓은 무대 조명 아래에서 모호할 수 있다. 호흡의 텐션과 움직임을 통해 다음 프레이즈를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듣는 귀가 뛰어난 반주자는 무대에서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
4. 실수 방지 : 악보는 세 줄이다
나는 많은 연주자들과 연주를 해왔는데 그들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한다.
이상하리만큼 반주자가 실수하는 건 싫어하지만, 연주자가 실수하는 것을 커버해주는 일을 반주자가 해주는 것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긴하다.
한번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제시부에서 발전부로 넘어가야하는데, 재현부로 바로 가버린 적도 있다. 순간적으로 화성이 살짝 안맞아서 한두마디 지켜보면서 반주해줬는데 이미 넘어간것이었다. 바이올린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디를 하고있는지 눈에 들어왔다.
악보를 넘기자마자 그 부분을 찾아서 쳐줬는데, 모든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가 손을 잡으며 너무 고마워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성악가들도 가사를 놓치거나 건너뛰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땐 다시 앞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딕션을 미리 보고 맞춰서 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악기의 멜로디와 성악가의 가사를 알려면 악기공부와 딕션(독일어,프랑스어 등)을 공부해야하는 것이고 연습할 때에도 그들의 멜로디를 ‘함께’ 연습해야 한다.
결국 세 줄을 연습을 해야하는 것이다.
4. 연주 후 : '리플레이'가 다음을 만든다
영상 리플레이로 내 역할을 점검하라.
'틀렸는가'보다 중요한 건, 내가 이 곡을 '살려냈는가'. 무대에서의 판단, 템포 조절, 타이밍 조율 등은 녹화로 확인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연주자는 곡을 끝내지만, 반주자는 경험을 쌓는다.
다음 연주에 쓸 수 있는 템포 설정, 코드 대체 아이디어, 심지어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모두 자산이 된다.
※ 번외 팁: 무대 위 ‘반주자 멘탈’ 체크리스트
√ 무대 전 파트너와 최소한의 눈 맞춤 & 인사
√ 악보 넘김 타이밍과 좌석 구조 체크
√ 실수는 ‘들키지 않게’ 덮고, 끝까지 이어가라
√ 끝나고 나서 “괜찮았어요?”보다 “너무 잘했어요!” 먼저 말하기
맺으며: 반주는 예술과 반응의 교차점
연주는 계획된 예술이지만, 반주는 순간의 예술이다. 그 찰나를 위해 많은 시간을 준비하는 반주자의 예민한 감각과 현명한 판단은, 무대에서 가장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고유미
대한민국예술신문 예술교육이사
덕원예술고등학교 피아노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연세대학교 피아노반주과 석사 최고점 입학/졸업
'클래식앙상블 엠' 반주전문단체 대표
기악반주, 성악반주, 합창반주, 뮤지컬반주 등
전문연주자들과 협업 및 연주활동
[대한민국예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