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칼럼] AI와 음악 산업의 공존 전략 - 제2편

AI 시대의 음악 직업 재편: 음악가의 역할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인공지능의 도입은 음악 산업의 제작 구조와 유통 경로뿐 아니라, 음악가의 존재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작곡가, 연주자, 프로듀서, 엔지니어가 각기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던 구조였다면, 오늘날 AI는 이들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대체하거나 재정의하고 있다.

 

 

AI 작곡 도구의 보급은 전통적인 작곡가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 반복적이거나 기계적인 작업을 AI가 맡으면서, 음악가는 창의의 방향을 설정하고 감성적 선택을 내리는 감독자이자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마스터링, 믹싱 등의 기술적 영역에서도 AI의 자동화 기능은 일부 엔지니어의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AI를 조율하고 교정하는 전문가, 즉, AI 활용형 제작자(AI-informed producer)라는 새로운 직군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비전문 음악가도 접근 가능한 창작 환경이 열리면서,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 않던 일반 대중이 창작자-소비자(Prosumer)로 편입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음악 노동의 경계를 허물고, 창작의 민주화를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직업인에게는 정체성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음악가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 반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인간 음악가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작의 새로운 동반자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공존과 협업을 통한 상생 전략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AI 작곡 도구는 초기 아이디어 제안, 코드 진행 추천, 음악 스타일 모방 등에서 강력한 생산성을 보이며, 특히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음악가의 창작 부담을 현저히 줄여준다. 그 결과, 음악가는 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협업은 단순히 AI를 도구처럼 사용하는 접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진정한 공존은 음악가가 AI의 작동 원리와 창작 로직을 이해하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변형할 수 있을 때 실현된다. 다시 말해, 음악가는 기술의 수동적 사용자(user)에서 능동적인 설계자(designer)로 거듭나야 한다. 이때 AI는 위협이 아닌, 창의적 확장의 기회로 전환된다. 미래의 음악가는 창작자이자 데이터 큐레이터, 기술 해석자이자 문화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며, 이는 새로운 유형의 전문성과 협업 역량을 요구한다.

 

현재 대부분의 음악 교육 체계는 여전히 작곡과 연주 중심의 전통적 커리큘럼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AI와 공존하는 창작 환경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음악가는 단순한 연주자나 작곡가를 넘어, AI 리터러시, 데이터 기반 창작 방법론, 디지털 저작권 및 윤리적 판단 능력을 필수 역량으로 갖춰야 한다. 이는 기존의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융합형·실천형 교육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교육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 대학교육의 개편: 음악 대학 커리큘럼에 인공지능 활용법, 음악 알고리즘 분석, 인간-기계 협업 실습 등의 과목 도입

  • 직업 훈련 시스템의 확장: 음악 산업 종사자를 위한 AI 창작 도구 실습, 플랫폼 기반 유통 교육, 데이터 해석 역량 강화

  • 윤리·법률 교육 병행: AI가 생성한 음악의 저작권, 문화적 편향성, 책임 주체 문제 등 복합적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교육 제공

이러한 교육 개혁 없이는, AI 시대의 음악가는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채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미래 음악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창작 역량에 대한 교육의 체계적 재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음악가의 정체성과 산업의 미래를 다시 묻다. AI는 인간 음악가의 자리를 빼앗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촉매로 작용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음악가 개인뿐 아니라, 산업과 교육 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창작의 영역에서 AI와의 협업을 선도하고, 그 윤리와 제도를 설계하며, 새로운 형태의 음악가로 성장해 나가는 것 - 이것이 바로 AI 시대 음악인의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예술신문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