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날,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들의 기대는 막이 오르기 전의 침묵과 함께 잔잔히 겹쳐졌다. <마음이 머무는 클래식>저자 최영민은 <내가 사랑하는 오페라> '로비 톡톡' 특강에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성악과 이병삼 교수를 만나 오페라를 통한 모차르트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연 후 그는 한 예술가가 인생을 견디며 노래를 지켜온 시간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의 환호, 깊은 상실, 그리고 다시 노래하기까지. 대구가톨릭대학교 이병삼 교수는 예술가의 길을 '재능'보다 '인내'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는 오늘도 후학들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구두는 찢어져 있는가?' 운명처럼 찾아온 성악의 길어린 시절의 이병삼 교수는 언제나 노래하는 아이였다. 음악을 듣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웠고,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교회 성가대와 학교 합창단 활동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음악은 어디까지나 삶을 아름답게 채우는 배경음악에 가까웠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찾아왔다. 당시 음악 선생님은 그의 목소리를 유심히 들은 뒤 '성악을 해야 할 목소리
'동요는 아이들의 마음에 심는 희망의 씨앗입니다' 300여 곡의 동요와 100여 곡의 가곡으로 써 내려간 아름다운 음악 인생 한 시대의 동요는 그 시대 어린이들의 정서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순수한 동심과 따뜻한 삶의 가치를 노래하며 수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을 심어준 작곡가가 있다. 바로 동요 작곡가 김애경이다. 1993년 제11회 MBC창작동요제 발표곡 「눈 내린 마을」을 시작으로 300여 곡이 넘는 동요와 100여 곡의 가곡을 발표해 온 김애경 작곡가는 우리나라 창작동요 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얻은 경험을 작품에 담아내면서 동요가 지닌 교육적 가치와 예술성을 동시에 확장시켜 왔다. 그의 음악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단연 ‘동심’이다. 어린이를 향한 깊은 사랑과 교육자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사명감이 수많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어머니의 마음에서 시작된 동요 창작 김애경 작곡가가 동요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MBC 창작동요제에서 발표된 「노을」, 「새싹들이다」 등의 노래를 들으며 ‘내 아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주고 싶다
[시작하며] 세계 예술의 심장이자 치열한 콘크리트 정글인 뉴욕, 그중에서도 소호(Soho)의 차가운 거리를 걷는 한 동양인 여성이 있다. 무거운 대본 가방을 메고 끊임없는 오디션과 거절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이하면서도, 그의 눈빛만큼은 정글의 그 어떤 불빛보다 매섭고 단단하다. 미국 페이스 대학교 연기과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입학해 화제를 모으고, 졸업과 동시에 오프브로드웨이 무대 주역을 꿰찬 신인 배우 김채연의 이야기다. 그의 이력은 흥미로운 변주곡과 같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악보라는 엄격한 규칙 안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던 소녀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마주한 뮤지컬 무대에 매료되어 인생의 트랙을 완전히 바꿨다. 건반이라는 매개체를 내려놓고 ‘나 자신’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로 삼아 독백을 읊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 자신을 선택해 주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이방인 배우에 머무르지 않았다. 아시안 아티스트들을 향한 현지의 장벽을 마주했을 때, 그는 낙담하는 대신 직접 마이크를 쥐고 무대를 까는 ‘기획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뉴욕과 LA를 오가며 무대와 스크린, 그리고 기획 영역까지 자신의 영토를 당차게 확장해 나가고 있는 멀티 플
어떤 연주는 기술을 넘어 삶의 서사를 담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임현재의 음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음의 재현이 아니라 무너짐과 회복, 그리고 다시 살아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네 살 때 피아노로 음악에 입문했고,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처음 잡은 바이올린은 곧 그의 삶을 이끄는 언어가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기를 보낸 그는 일찍이 남다른 음악적 감수성을 드러냈다. 일곱 살, 노스캐롤라이나에서의 한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베토벤 협주곡 연주 전 프리 콘서트에서 ‘바흐 파르티타 3번’을 연주한 어린 임현재의 선율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에네스는 같은 곡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화답했다. 음악이 언어를 넘어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일찍부터 ‘연주자의 길’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 음악은 쟁취해야 할 목표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삶의 일부였다. 전환점은 고등학교 3학년, 처음 출전한 ‘싱가포르 국제콩쿠르’였다. 수상이라는 결과도 좋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의 확신이었다."이 길이 나의 길이구나."그때 비로소 그는 연주자의 삶을 선택했다. 2020년 5월, 커티스 음대 졸업을 앞두고
무대를 가득 채우는 테너의 맑고 힘 있는 음성 음성은 때로 백 마디 말보다 강렬한 서사를 전한다. 여기, 이탈리아의 태양 아래서 다져진 정통 성악의 토대 위에 현대 뮤지컬의 화려한 숨결을 불어넣으며 한국 공연예술의 지형도를 넓혀가는 이가 있다.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뮤지컬전공을 국내 최정상으로 이끌며 후학 양성과 예술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황태율 교수다. 한양대학교를 거쳐 이탈리아 오토리노 레스피기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기까지, 그는 소리의 본질을 찾아 끊임없이 스스로를 담금질해왔다. 이탈리아 테르니 국제성악콩쿠르 등 유수의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라 보엠>, <리골레토> 등 오페라 주역으로서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이제 그는 그 뜨거웠던 무대 위 경험을 강단으로 옮겨와, 원석 같은 학생들을 보석으로 빚어내는 ‘예술의 조각가’로 헌신하고 있다. 클래식의 엄격함과 뮤지컬의 유연함을 조화롭게 아우르며, 대한민국 예술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황태율 교수. <대한민국예술신문>은 깊은 울림을 가진 그의 목소리를 통해, 예술이 지녀야 할 진정한 가치와 그가 그리는 미래의 무대를 조명해 보았다. [편집자
수성아트피아 박동용 관장을 만나 예술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26년 기획된 음악회를 소개해 주세요. ▶ 2026년 수성아트피아의 음악회는 ‘경험의 깊이’와 ‘접근의 확장’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구성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어온 명품 시리즈는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무대를 통해 예술의 본질적인 깊이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단순한 기교를 넘어, 삶의 시간이 담긴 연주를 통해 관객과 보다 깊이 있는 만남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마티네 시리즈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나는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추고, 음악의 본질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또한 ‘스테이지 S’와 같은 시리즈를 통해서는 클래식에 국한되지 않고 연극, 전통,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관객이 일생에 한 번쯤은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수성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청년 음악가와 청년 연극인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으로,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설 무대가 부족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이들이 예술가로서의 삶을 지속해
무대 위, 막이 오르기 전의 적막은 연출가의 상상력이 현실로 변하는 임계점이다. 여기, 수백 년 전의 고전 오페라를 오늘날의 관객이 숨 죽이며 지켜보게 만드는 마법 같은 연출가가 있다. 세련된 미장센과 치밀한 텍스트 해석으로 한국 오페라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홍민정 연출가다. 이화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며 언어의 결을 다듬고, 뮤지컬 배우로 무대 위 공기를 직접 호흡했던 그는 이제 무대 뒤에서 전체를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지휘자’로 우뚝 섰다.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정통 연극과 오페라의 본질을 탐구하고, 박사 과정을 통해 이론적 깊이까지 더한 그는 명실상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젊은 거장이다. <리골레토>의 비극적 심연부터 창작 오페라 <안드로메다>의 현대적 감각까지,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해온 홍민정 연출가. <대한민국예술신문>은 차가운 지성과 뜨거운 감성으로 무대를 채우는 그를 만나, 그가 꿈꾸는 오페라의 미래를 들여다보았다. [편집자 주] ■ 연출가 홍민정 (현 오페라 및 연극 연출가) ○ 학력 및 수학 •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
오케스트라의 튜닝이 끝나고 지휘자가 포디움에 오르는 순간, 적막은 곧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으로 변한다. 여기, 악보라는 평면의 지도를 입체적인 소리의 건축물로 치환하며 한국 클래식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지휘자 박해원이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대학을 거쳐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까지 정통 지휘법을 수학한 그는, 서구의 클래식 문법을 완벽히 체득하면서도 그 안에 한국적 열정을 녹여내는 독보적인 해석력을 보여준다. 오페라와 교향곡을 종횡무진하며 ‘예술상’을 거머쥔 그는 이제 단순한 테크니션을 넘어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교향곡이 고수하는 준엄한 정통성부터 오페라가 뿜어내는 탐미적인 긴장감, 나아가 현대 음악의 미로 같은 난해함까지, 그의 지휘봉 끝에서 탄생하는 선율은 언제나 명료하면서도 뜨겁다. <대한민국예술신문>은 이 시대가 주목해야 할 마에스트로 박해원을 만나, 그가 조율하는 음악적 이상향과 포디움 너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편집자주] 예술적 근원: 침묵 속에서 설계한 소리의 우주 1. [예술의 시초] 수많은 악기 중 ‘지휘’라는, 소리를 직접 내지 않으면서도 모든 소리를 지배하는 고독하고도 장엄한 길을
예술은 언어를 넘어 영혼을 울리는 힘이 있다. 여기,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대 위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며,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클래식 무대에 ‘한국 가곡(K-가곡)’의 얼을 심어온 진정한 프리마돈나가 있다. 1993년 네덜란드 왕립음악원 최고학부 전문연주자과정을 한국인 최초로 수석 졸업하며 유럽 무대를 호령했던 소프라노 임청화. 그는 단순한 성악가를 넘어 우리 가곡의 세계화를 이끄는 선구자이자, 시의 언어로 세상을 노래하는 시인이며, 따뜻한 마음으로 후학을 길러내는 백석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다. 데뷔 40주년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고도 여전히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향해 나아가는 임청화 교수. 그가 걸어온 경이로운 음악 인생과 깊은 내면의 철학을 <대한민국예술신문>이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소프라노 임청화 교수 (현 백석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 ○ 학력 및 수학 •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 네덜란드 왕립음악원 최고학부 전문연주자과정(U.M) 한국인 최초 수석 졸업 및 오페라과 졸업 •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뮤지컬·연극 석사(M.A)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M
2026년 3월 5일 11시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첼로 양성원 연주 후 인터뷰 무대 위에서 울리는 첼로의 음색은 한 인간의 시간을 담는다. 깊은 울림 속에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다. 첼리스트 양성원의 연주는 바로 그런 음악이다. 그의 연주는 단순한 해석이나 기교를 넘어 때로는 깊은 고독처럼, 때로는 삶을 끌어안는 따뜻한 숨결처럼,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이날 그가 선보인 프로그램의 주제는 ‘낭만’이다. ‘낭만의 원형(바흐) - 낭만의 확장(카사도) - 낭만적 표현의 극대화(코다이)’라는 흐름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낭만적 정신을 조명한다. J. S. Bach |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G. Cassadó | Suite for Solo Cello Z. Kodály | Sonata for Solo Cello, Op. 8 그러나 그가 말하는 낭만은 특정 시대의 음악 양식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는 낭만을 흔히 슈만이나 브람스 같은 작곡가와 연결해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흐 음악도 저에게는 낭만적인 부분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