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교육이란 어린 나무가 올곧게 자라도록 나무막대에 고정하면서도 가능한 한 순수한 대기 속에서 신선하고 기쁘고 자유롭게 자라도록 해 주는 노력’이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놀라운 교육을 받았다.”
- 테오도어 폰타네, 『나의 어린 시절』 중에서

오늘날 여러 학교와 지역 공동체 안에는 이러한 교육의 의미를 조용히 실천하는 프로그램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매봉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 오케스트라 활동이다.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이 음악실에 모여 함께 연습하는 이 시간은, 경쟁보다는 즐거움과 성장에 초점을 둔 배움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매봉초등학교의 학부모인 남유경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시작된 이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여덟 차례의 정기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열어왔고, 올해 연말에는 아홉 번째 무대를 준비 중이다. 전문 교육기관이 아님에도 이곳에서 음악을 처음 접한 아이들이 예술 관련 학교로 진학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은, 음악 활동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용인문화재단(큰어울마당)의 600석 규모 공연장에서 개최되는 정기 연주회는 매년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전문 연주자가 아닌 학생들의 무대임에도 객석이 꾸준히 채워지는 것은 이 연주회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 25년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음악을 취미로 시작한 뒤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음악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이를 계기로 예술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도 매년 나타난다. 이는 이 활동이 단순한 음악 교육을 넘어 아이들의 진로 탐색과 자아 발견에도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 설명회를 시작으로 10년이 넘도록 오케스트라를 위해 봉사해 온 남유경 단장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이들과 음악을 나누며 그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삼고 있다. “세상에 이런 분들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꾸준한 헌신이 이어지고 있다.
운영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학부모들의 헌신적인 참여다. 특히 이나윤 오케스트라학부모회 회장은 여러 업무를 자발적으로 맡아 계획하고 총괄하며, 김병수 총무는 공연 운영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업무를 도맡아하고 있다. 정기 연주회를 위한 비용 대부분을 학부모회가 감당하며, 이를 위해 매년 바자회를 열기도 한다. 이들의 조직적이고 세심한 운영 방식은 마치 전문팀을 연상시킬 정도다. 왜 이렇게까지 봉사하느냐는 질문에, 학부모들은 “단장님을 존경하기 때문이고,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가오는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던 연습을 두,세 번으로 늘리고,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해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힘든 과정임에도 아이들은 서로 만나 연주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함께 연주한다는 것의 의미가 아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곡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어떤 곡을 마스터하기 위해 혼자서 습득하려고 노력할 때보다 오케스트라가 계기가 되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며 더 많이 성장한다는 것을 옆에서 보는 엄마는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들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내 목소리가 들릴까? 아이들은 오케스트라라는 대기 안에서 작은 손과 호흡으로 보내는 저마다의 진동을 통해 다른 신호를 기다리기도 하고 탐색하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더 크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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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은 연습의 고됨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엄마, 관객들은 즐겁게 듣겠지만, 연주하는 사람들은 긴장도 많이 하고 입도 아파.”
(필자의 아이는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다.)

▲ 25년 졍기연주회 리허설
이런 고백 속에는 배움의 어려움과 그 너머의 즐거움이 함께 담겨 있다. 쉽고 할 만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순간이 다가와도 내 옆에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이 도전을 선뜻 받아들이고 함께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예측 할 수 없던 기쁨을 발견해 가는 과정 - 바로 그것이 교육이 주는 본질적인 가치일 것이다.
이처럼 매봉초등학교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한 음악 활동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움과 성장을 제공해 왔다. 좋은 교육은 때로는 대단한 제도보다 사람들의 마음과 공동체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단장님과 봉사하는 학부모들, 그리고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공동체 매봉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순수한 대기와 나무막대를 제공하는 근원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학생들은 자신만의 소리를 찾고, 함께 조화를 이루며 자라나고 있다.

▲ 경기도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님 격려방문
※기사제공: 매봉초등학교 오케스트라 학부모회 김인진 astheneia@naver.com
[대한민국예술신문 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