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 다정한 선율의 큰 위로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발표된 한낮, 가을을 맞이하기 전 지루한 더위로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눈웃음이 어여쁜 40대 여성이 약속한 시각에 정확히 맞춰 들어온다. 더위에 오는 길이 힘들진 않았는지…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전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탁자에 놓인 아이스 커피의 위안도 잠시뿐, 움직일 때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는 그녀. 높은 체감온도는 그녀의 스트레스 지수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깊은숨을 쉬기조차 힘든 그녀의 일상은 몸과 마음이 함께 쉴 틈 없이 달린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다급히 전화 받는 그녀,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의 간병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통화하는 그녀의 태도로 보면 위급상황인 듯 보였으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 오라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사소한 집안일 같지만, 혹시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은 늘 시계추 위에 있다. 평소 느끼는 그녀의 불안이 그대로 전해지는 순간,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의 학원 픽업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동시에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의 면회 가능 시간
베토벤 – 함머클라비어와 그녀의 모놀로그 뜨거운 햇살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 눈이 부신 오후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세월의 고운 결이 느껴지는 그녀와 마주한다. 세련된 말투, 입꼬리를 올리며 아름다운 미소로 인사를 건넨 그녀는 커피 한 모금과 함께 깊은숨을 삼킨다. 자신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며, 라벤더 향기가 풍기는 손수건을 꺼내더니 잠시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그녀는 대학 진학을 뒤로하고 취직하여 여동생, 남동생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다행히 성실한 동생들이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자리 잡은 후, 그동안 미루어 온 자신의 공부를 계속하며 여러 직업을 거쳐 결혼한 남동생의 아들까지 유학 뒷바라지를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녀는 고마움을 알아주는 동생들 덕분에 자신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던 중 사춘기에 접어든 조카와 마찰이 생겼다. 학원을 경영한 경험이 있던 그녀는 조카의 교육에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조카는 그런 고모가 부담스러웠는지…. 점점 멀리하는듯한 느낌은 급기야 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잘 견디며 살아온 스스로에 대해 충만함이 가득했
슈베르트 – 변주에서 찾는 변화의 지혜 어느새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전해오는 시원한 새벽 공기가 나를 감싼다. 무더위가 끝나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는 여러 감정과 경험의 변화 속에서 살아간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던 더위처럼, 과거의 그림자가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힘겨운 순간도 때로는 온다. 나와 마주한 단아한 40대 여성은 어린 시절,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늘 순환되는 기억의 흐름에 힘겨워한다. 그녀는 가부장적이며 엄격한 아버지의 비난 속에서 자랐다. ‘넌 왜 그렇게 굼뜨니?’ ‘생각이 그것밖엔 안 되냐?’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버지로부터 오랫동안 받아왔던 질타의 언어들이 세월이 흘러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어느새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긍정적으로 대해주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마주할 때면, 그녀의 입에서는 비난의 단어가 때로는 강도 높게 튀어나온다. 그 순간,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늘 자신의 모습으로 되어버린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미안해.’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게.’ 사과해보지만 단단한 결심은 무심하게도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엄마는 미안하다 사과
멘델스존 – 편견에서 자유로 나아가는 용기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선명한 색상의 대비를 드러내는 맑은 날이다. 깔끔한 스포츠형으로 머리 모양을 한 대학생이 ‘똑똑’ 노크와 함께 말없이 들어와 조심스레 인사를 한다. 누군가의 소개로 만난 그는 본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 들었는지 먼저 물었다. 이름, 나이, 성별 말고는 듣지 못했다고 하니 안심한 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전문직으로 3대째 대를 이어가길 바라는 집안의 손자인 그는 무거운 마음을 드러낸다. 어른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자신이 하고픈 공부로 진로를 결정한 아들이 못내 안타까운 어머니는 대학교 2학년인 그에게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고 그는 전한다. ‘아직 늦지 않았어.’ 고등학교 때 ‘아이 성적이 왜 이리 좋지 않냐? 무엇이 문제냐?’라고 할아버지께서 부모님을 불러 야단치시는 모습을 자주 지켜본 그는 반항심에 오히려 할아버지의 뜻에 함께할 수 없었다고 하며 고개를 떨군다. ‘저 집안은 머리가 좋은 집안이야. 당연히 할아버지의 뒤를 아버지가 이은 것처럼, 아버지의 뒤를 또 아들이 이어가겠지.’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자신을 잃어가고 가정의 전통을 잇지 못하는 죄책감에 노심초사하
차이콥스키 – 진정성과 존중의 조화로운 선율 뜨거운 여름, 이글거리는 더위가 마음의 바람길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는듯하다. 흐르는 땀에 얼굴이 찌푸려지고 지쳐 보이는 여성과 마주한 오후. 무엇이 날씨만큼이나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는 걸까? 얼음을 살짝 띄운 수박 주스를 앞에 두고 숨을 고르는 동안 마음의 온도도 내려간 듯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를 키우며 뒤늦게 다시 일을 시작한 그녀는 어느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일이 자리 잡아가고 있을 무렵, 도움을 주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준비한 선물을 가방에 넣어두고는 만날 때마다 잊고 전하지 못한 상황이 반복되어 차일피일 미루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섭섭함을 표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그녀는 제때 감사함을 전하지 못해 혹여 그분의 마음이 상할까 염려되어, 섭섭한 마음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는 공감과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몰두하다 보니 없는 말까지 하게 된 것이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죄송함을 전하는 걸로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왜 감사의 표현이 서투냐?’는 질문에 정신없어 잊어버린 것 말고는 딱히 이유가 생각나지 않아, 급히 적절한 답을 찾다 보니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보답이 부족했나
※ "음표 너머를 듣는 마음은 반주의 찐~이다." 오늘의 칼럼 주제는 “학생반주를 들어갈 때의 상황”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반주 전공이라면 초장기 혹은 계속 겪어야하는 일들이기에 조금 더 밀착도있게 썼으며, 개인적인 경험도 들어있다. 처음 만나는 연주자와의 레슨에서, 반주자는 단순한 ‘동반자’ 이상의 역할을 맡는다.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는 반주자가 있는것이 커다란 안정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주자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첫 레슨에 임해야 할까. 악보 너머를 읽는 연습 반주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준비는 단순한 음표 읽기를 넘어, 곡 전체의 구조와 호흡을 파악하는 일이다. 성악이라면 가사의 의미와 발음, 문학적 배경까지 이해해야 하고, 기악이라면 악기의 음역과 특성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룻과 함께하는 경우 숨 고르는 시점을 예상해야 하며, 첼로와의 협연에서는 현의 울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처럼 ‘악보 너머의 음악’을 읽는 연습이야말로, 반주자가 무대에서 가장 안정적인 파트너가 되는 첫걸음이다. 리허설보다 중요한 사전 준비 많은 반주자들이 리허설에서 맞춰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첫 레슨
베토벤 – 목표가 아닌 과정에서 의미 찾기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청년이 조금 나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에 덩달아 나도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한다. 그동안 전화로 꾸준히 상담해온 그는 더욱 편안하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고난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그와의 이야기는 오늘도 시작된다. 어릴 적부터 국가대표를 목표로 운동에 전념했다.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아 트레이너조차 함께 할 수 없었던 상황, 그렇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던 어느 대회에서 그는 생각지도 못한 실수로 패하게 되었다. 그간 쌓아 올린 명성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처참함을 경험하게 된다. 힘든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렇게 시절 인연은 우리를 만나게 했다. 부모님께 경제적 도움을 드리고 싶어 훈련 시간 외에는 공장에서 일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어머니께 전했던 효자 아들, 그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현실을 이겨나가야 한다는 강박에 자신을 스스로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어느 날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현실의
엘가 – 당당히 나아가고자 하는 이를 위한 응원가 장대 같은 빗줄기가 차창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이렇게 폭우일지는 생각 못 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강한 빗방울의 두드림이 긴장감으로 전해진다.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새롭거나 예기치 못한 일에 불안을 느끼는 나를 만나게 되는 순간. 비슷한 감정을 가진 젊은 직장인을 만났다.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라는 공감이 안정감을 주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 안에서 ‘시도에 대한 실패의 두려움’을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10여 년간 같은 업무로 때론 따분할 때도 있었지만,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오다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관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제안받았다는 그, 처음에는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이 일을 잘 끝내면 승진할 기회가 주어짐에 고민된다고 했다. 그가 느낀 가장 큰 두려움은 “낯선 도전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였다. 새로운 역할이 본인에게 잘 맞을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실패가 두렵다는 그는 어릴 적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어머니의 퇴근 시간에 맞춰 식사를 챙겨드리고 싶어 볶음밥을 해놓았는데 칭찬은커녕 맛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어질
※ “연습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이미 연주는 시작된다.” 무대 위 화려한 순간 뒤에는, 연습실에서의 수백 시간 훈련이 놓여 있다. 그 공간은 단순한 연습 공간이 아니라, 감각을 깨우고 집중력을 연마하며, 알고리즘처럼 감정과 기술을 조합하는 미니 무대이다. 1. 메트로놈을 넘어, ‘내 속의 리듬’을 들여다보기 ◇ 정의 메트로놈 위주 연습에서 벗어나, “내가 중심이 되는 리듬”을 내장하는 훈련 처음보는 곡을 만나 연습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작업이다. ◇ 방법 1. 메트로놈과 함께 연주 후, 끄고 계속해보기 2. 스스로 박자 ‘맥박’을 느끼며, 손끝과 발의 무의식적 반응 관찰 3. 파트너와 연주할 때, 호흡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먼저 감지 ◇ 효과 곡 전체를 매끄럽게 이끄는 내적 안정감이 생긴다. 2. 가상의 파트너와 연주하며, ‘대화하는 귀’ 만들기 ◇ 정의 실제 솔리스트 없이도 협업 감각을 키우는 연습 ◇ 방법 1. 인기 솔리스트·성악가 레코딩 켜두고, 함께 연주 2. 영상 속 파트너의 몸짓·호흡 따라 흉내 내며 연습 3. 연습 녹음 후, 타이밍·프레이징·강약 비교 분석 ◇ 배우는 점 파트너 리듬감과 호흡을 함께 느끼고 상호작용이 주는 에너지에 익숙해진다.
조지 거슈윈 – 너 자신이 되어라.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시원한 것만 찾게 된다. 눈이 부신 햇살보단 그늘을 찾게 되고 속을 달래주는 따뜻한 차 한잔보단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게 되는 날이다. 상황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찾고, 결정하는 의지를 지닌 우리라지만 그렇지 못한 때도 있는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창밖의 장렬한 태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카페에서 차가운 커피 한 모금에 행복을 느끼는 시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올라?”라는 질문에 잠시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답을 찾고 있는데…. 종일 일하고 돌아온 엄마의 땀 냄새가 가득했던 치마폭으로 얼굴을 묻고 안겼던 기억이 떠오른다는 말을 전하는 그녀. 형제자매가 많았던 이유로 엄마와 둘만의 포근한 시간이 고팠고, 늘 양보해야만 했었던 2남 2녀의 중간, 그래서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고 소외되었던 기억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언니, 오빠는 그들과 다른 생각을 내비칠 때면 “그럼 너 혼자 하고 와, 우린 이거 할게.”라고 말해, 마치 어떤 원에서 밀려난 작은 점이 된 순간들로 차갑고 서운함으로 회상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